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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지칠 때도 기쁠 때도 우린 늘 술과 함께야
  • 이한슬 수습기자
  • 등록 2024-10-29 14: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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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세대부터 MZ세대까지 술 문화의 이모저모
자유로운 문화의 전성기를 맞은 90년대를 기점으로 국내 술 문화는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20대 청춘의 시작부터 일생의 끝까지,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술은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친구가 됐다. 이에 청춘들의 술 문화 변천사와 트렌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우리 때는 말이야~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처럼 술 문화 역시 여러 변화를 거쳤다. 이러한 술 문화의 다채로운 변화 그 시작에는 X세대가 있다. X세대의 술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 후기부터 등장해 유행하기 시작한 선술집은 술값에 안줏값이 포함돼 손님이 자유롭게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선술집은 포장마차의 형태로 재탄생했는데 이곳에서는 이른바 ‘잔술’이 성행했다. 소주나 막걸리를 병이 아닌 잔 단위로 파는 이 잔술은 지친 직장인들의 퇴근길에 하나의 위로가 됐다. 선술집은 90년대 초 홍대 대학가를 시작으로 일식 선술집으로 변모하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당시 유행했던 일본식 화로가 있는 선술집 ‘로바다야키’는 하나를 주문해도 여러 음식을 가져다주는 등 전통 선술집과 유사한 형식을 보였다. 이러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경기 호황을 맞은 젊은 X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당시 젊은이들에게 미팅은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이었다. 문화의 전성기를 맞으며 발달한 술 문화와 미팅 문화가 맞물려 젊은이들은 미팅 장소로 주점을 애용했다. ‘소주방’은 당시 가장 트렌디한 주점이었다. 커다란 소파와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놓여있는 ‘전화 카페’의 형태를 고스란히 담은 소주방은 주점보다 카페의 느낌을 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 △레몬 소주 △오이 소주 △수박 소주 등 칵테일 소주가 성행했는데 쓴맛이 강한 소주를 맛있게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편의방’은 X세대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주점이다. 당시 자정 이후 영업 금지로 새벽을 불태우고자 한 젊은 청년들은 공원 잔디밭을 술집으로 대신했다. 이에 자연스레 새벽 시간대를 노린 업장, 편의방이 탄생했다. 비록 법에는 어긋났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냉동식품을 안주로 팔며 외환 위기 시절 싼값에 술을 즐길 수 있어 젊은 층 사이에서 성행했다.


비싼 바 관심 있어! 최고급 위스키도!


 X세대의 술 문화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마셔라, 부어라’다. 이처럼 술보다 취기를 즐긴 X세대와 현재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MZ세대의 술 문화는 다르다. MZ세대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음주 문화가 줄어들고 건강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건강한 생활을 위해 음주를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가 주목받았다. 실제로 트렌드에 부응하듯 주류 업계에서 무알코올·저알코올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동시에 자취를 감춘 잔술도 다시 떠오르는 추세다. 과한 음주가 아닌 술 자체를 즐기는 특징으로 인해 △전통주 △사케 △와인 등이 잔술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섞어 마시는 술의 형태도 달라졌다. 소맥 즉, 폭탄주가 대세였던 시대를 지나 ‘하이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펜데믹의 영향으로 홈술과 혼술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직접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홈텐딩이 보편화됐다. 술맛이 적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하이볼에 젊은 세대는 열광하고 있다.


 하이볼이 보편화되면서 양주를 향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지난해 위스키류의 상반기 수입량이 반기 기준 최고치에 달했다. 지난 2022년과 비교해 50%가 넘게 급증한 것이다. 캡틴큐, 나폴레온처럼 X세대가 즐겼던 저가 양주가 아닌 고가의 양주가 올드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현재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양주나 와인 등 고가의 술을 쉽게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 또한 높아졌다. 싸고 빠르게 취하기를 추구한 과거의 술 문화는 이렇게 비싸고 맛있게 즐기는 문화로 변했다.


술, 어디까지 즐겨봤니? 


 술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지자 이를 즐기는 공간인 주점도 함께 변했다. 대표적으로는 일본식 술집의 변화가 있다. X세대의 일본식 술집 로바다야키의 자리는 현재 이자카야가 차지했다. 로바다야키의 바통을 넘겨받은 이자카야 역시 사시미와 사케 등을 제공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왁자지껄 술을 즐기는 과거의 주점 문화는 현재 칵테일바처럼 개인적으로 즐기는 분위기로 변했다. 특히 칵테일바는 맛있는 술을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꼭 집과 주점만은 아니다. 술과 관련된 팝업이나 주류 박람회가 활성화되면서 새롭게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팝업과 주류 박람회는 일상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술을 소개하고 시음할 수 있는 자리다. △식용 반짝이가 들어간 술처럼 일상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술 △물량이 적어 보기 힘든 수입 와인 △비싸서 부담됐던 스피릿 등을 접할 수 있다. 새로운 술 놀이터의 등장은 신선하고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자리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한슬 수습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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