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4차혁명을 대비하는 교육
  • 편집국
  • 등록 2017-10-23 16:17:02
기사수정

 개교 70주년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교내 도로를 따라 나부끼고 있다. 학교에서는 개교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면서 학교발전기금을 모으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초빙하지 않는 학과는 예외이기는 하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요즘에 큰 고민이 하나 있다. 미래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학생에게 어떠한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지난 학기에 틈을 내어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주체하는 교수법 특강을 몇 개 수강하였다. 교수법의 주제는 4차 혁명에 맞추어 어떠한 교육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교수님들이 나처럼 관심을 가지고 참석을 하셨다. 이해한 바로는 특강의 취지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학기에 무엇을 배울 것인지도 학생들과 논의를 거쳐서 선택하고, 수업의 진행방법도 좀 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해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의 중간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소규모그룹들이 정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잘 진행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일방적 강의는 대폭 줄이고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 등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수강규모는 대게 20명 정도로, 4-5개 학습그룹으로 나누어서 수업시간에도 각 그룹별로 토의하고 그룹의 결과물을 각각 다른 그룹에 직접 소개하여 평가를 받게 하라고 권장하였다. 일반수업보다 교수님과 학생들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기에 성적은 상대평가이고 수업시수의 특혜도 있다고 하였다. 안산의 한 대학의 경우는 교육부에서 지원을 받아서 그러한 수업진행이 가능하도록 강의실도 일부 개조하였으며 나머지 강의실도 그러한 교육방식에 맞게 개조할 계획에 있다고 하였다.

  아직도 4차 혁명에 대한 개념은 확실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으로 표현되는 4차 혁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보다 창의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하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전공의 특성이라든가 교과목의 성격 등에 따라 다양한 강의방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하여 어떻게 가르쳐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강의의 문제는 더 이상 강의자인 교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생인 학생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와 더불어 요구되는 강의방식에 어울리는 강의환경의 변화가 필요하고 또 그러한 강의를 한 만큼 시수의 조정이나 학점의 부과방법 등도 같이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 수업을 개설하는데 있어서 가장 앞서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고려가 아닌가 한다. 학과의 전공강의 개설학점은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전공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자 하는 요구는 원천 봉쇄되어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분반 문제도 교육의 방식이나 과목의 성격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도 그것이 무시되고 강의실의 크기라는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과목의 성격에 따라서는 10명 이하의 소규모 수강인원으로 진행해야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창의성이나 문제해결식 교육을 위해서는 20명 이하의 수강인원으로 진행되는 전공과목을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수업에 관한 결정권한이 교수에게 주어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실정은 학사행정 담당자의 일률적인 기획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학기 중에도 교무처나 교육혁신처에서 수많은 공문들이 내려오고 있다. 한 면으로는 각 부처에서 의욕적인 행정을 한다고 칭찬할 수도 있고 또 학생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교육기관의 입맛에 맞추어 급작스럽게 만들어지는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도 떨굴 수가 없다. 더구나 그러한 것들은 교육환경의 개선 없이 교수들에게 짐을 계속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10년 뒤에도, 그리고 20년 뒤에도 개교기념 현수막은 가을 햇살 아래 나부낄 것이다. 그 멀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경쟁력 있는 학생을 키우기 위한 거시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물적 투자와 아울러 인적 자원의 초빙과 육성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소한 요새 회자되는 4차 혁명에 알맞은 인재양성을 위하여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제고와 시설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