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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군대 실태, ‘군인권센터’에 묻다
  • 이유림 수습기자
  • 등록 2017-09-12 15: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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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 침해하는 군대 문화, 함께 바꿔나가야”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군대 문화가 여전히 폐쇄적이고 계급적이라는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병영 내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는 군 내 사건들, 이에 군인 인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선두에 서있는 ‘군인권센터’의 김형남 상담지원팀장을 만나 이와 같은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Q. 군인권센터의 주 업무와 설립 목적을 말해달라

 

군인권센터는 군대 내 인권침해 및 병영부조리 문제를 신고 받고, 관련 사건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원 및 구제하는 업무를 진행하는데 상황에 따라 그 방식은 다양하다. 해당 방식으로는 △부대 방문조사 △피해자 법률지원 △부대에 의견 제출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 증정 등이 있다.

 

본 단체를 설립한 2009년에는 군인 인권 침해 및 피해 사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했고, 군인 상담·지원을 돕는 단체조차 없었다. 이에 현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군 인권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끌어올리고 군대 문화를 개선하고자 본 단체를 설립했다.

 

Q. 최근 발생한 사건․사고와 관련해 군대의 현 실태를 알고 싶다

 

센터에서 진행되는 상담 내용의 대부분은 병영부조리와 관련된 내용이다. 병영부조리에는 △성폭행 △구타․가혹 행위 △사생활 침해 △부당한 지시 등이 해당되는데, 최근에는 특히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 하급병사뿐만 아니라 하사나 소위 같은 초급 간부들도 지휘병에 의해 사생활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나라에서 간부에게 제공하는 부대 내 원룸형 숙소(BOQ)를 검열하고 통금시간을 자체적으로 정해 행동범주를 제한하거나, 통장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그 예다.

 

이밖에 ‘해군 여대위 자살 사건’과 같은 군 내 성폭행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가 원치 않거나 군대 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파다하다. 예전에 비해 군 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성폭행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Q. 가장 시급하게 개정해야 하는 군 관련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은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 군사법원에선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긴박한 전쟁시기가 아닌 이상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도 일반법원에서 명확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내놓은 ‘군 인권 보호관’ 설치 관련 발의안도 하루빨리 실현됐으면 한다. 국방부 측은 “군 인권 보호관을 설치하더라도 국방부 산하에 두고 불시에 부대를 방문하는 권한은 부여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회는 ‘군 인권 보호관’을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설치하고 민간 인권단체 및 개인과의 협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본 센터에서는 국회의 방안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며 국민들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군 외부의 민간인·민간단체가 이 역할을 수행한다면 군대 문화가 보다 개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예상한다.

 

Q. 군인 인권 보장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의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림으로써 ‘군대는 원래 이래’와 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사회에서는 군대의 문제점들을 지적해줄 단체가 커져야 한다. 시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언제나 사회 곳곳에 군대의 계급문화가 번져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주변에 군대에 가 있는 혹은 가야 하는 지인에게 군인권센터를 소개하거나 후원하는 것만으로도 군인의 인권 보장을 도울 수 있다.

 

잘못된 군대 문화를 경험한 군인이 군 복무 이후 사회로 나와 기성세대가 됐을 때, 우리 사회 전체가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미래 사회를 개방적이고 유연한 분위기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대 군 문화를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군 내 사건·사고가 ‘군인권센터’와 같은 단체에 의해 해결될 수는 있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가 일어난 뒤 올바른 수습이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시민단체의 성장과 국민의 노력 아래 앞으로의 군대는 지금보다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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