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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네가 날 배신해? 믿던 기억에 발등 찍힌 썰 푼다
  • 이한슬 기자
  • 등록 2025-09-29 16: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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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가 진짜가 되는 순간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 모두가 한 번쯤은 노래 <개똥벌레>의 이 가사를 불러봤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집단적 오기억 현상을 '만델라 효과'라고 한다. 이에 본지는 만델라 효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기억과 현실의 슈퍼 엇갈림


 다들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을 상징하는 대사 ‘I’ll be back’을 들어봤을 것이다. ‘T-800’이 해당 대사를 뱉으며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기억이라면 믿겠는가. 해당 장면에서 T-800은 ‘Good Bye’라 말하며 장렬히 희생했다. 이렇듯 한 명도 아니고 다수의 사람이 실제와 기억을 혼동하는 현상을 ‘만델라 효과(Mandela Effect)’라고 한다.


 만델라 효과란 특정 사실을 다수의 사람이 왜곡해 기억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개인’의 오기억과는 달리 다수가 동일한 기억을 사실과 다르게 확신하는 ‘집단’적 오기억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만델라 효과의 명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제8대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로부터 비롯됐다. 2009년 넬슨 만델라의 투병 소식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넬슨 만델라가 이미 1980년대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블로거 ‘피오나 브룸(Fiona Broome)’이 만델라 효과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게 됐다.


전염되는 기억 아닌 오류


 만델라 효과는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이 합쳐져 발생한다. 우선 개인적 원인으로는 기억 재구성의 오류를 들 수 있다. 기억은 사진첩보다는 퍼즐과 같다. 저장된 기억 조각과 현재의 지식 등이 섞여 머릿속에서 조립되기 때문이다. 이때 채워지지 못한 빈칸은 상식으로 메워지게 되는데, 그 상식이 잘못돼 전체 기억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뇌가 패러디 등의 비공식적인 정보마저 실제 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배우 이경영의 유행어 ‘진행시켜’는 해당 배우가 실제로 말한 대사가 아님에도 패러디를 통해 실제 사실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됐다. 이러한 유행의 결과로 실제 이경영 배우가 한 작품에서 ‘진행시켜’를 말하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해당 예시를 통해 사회적 원인의 영향 또한 확인할 수 있다. SNS 등을 통해 확산하는 △패러디 △밈 △가짜 뉴스를 통해 사람들은 기억의 전염을 겪곤 한다. 서로의 오류가 동기화된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거짓 정보가 다수의 사람에게 퍼지면 이것이 진실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는 실제 사실로 각인되고, 이것이 기억 재구성에 오류를 발생시키며 만델라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개인의 기억 오류와 사회의 다양한 정보가 합쳐지면서 우리는 여전히 만델라 효과 속에 있다. 


유머로 시작해 혼란으로 끝난다


 기자가 든 예시를 통해 만델라 효과가 유쾌하고 흥미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효과가 ‘확증 편향’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설 등만을 지지하며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은 확고한 의지로 자신의 기억과 사고를 부정하는 행위를 깔끔히 무시하곤 한다. 각종 가십, 가짜 뉴스 등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수용자를 통해 음모론 등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향이 개인을 넘어 다수의 사람에게 전염된다면 그 파급력과 사회적 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SNS 등으로 거짓 정보를 쉽게 유포 및 수용할 수 있는 요즘 사회에서는 만델라 효과가 더욱 빈번해진다. 이에 우리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정보의 출처를 분명히 하기 △모든 정보를 다 진실이라 믿지 않기 △잘못된 사실 바로잡기 등의 올바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 정보가 잘못될 만큼 기억은 더욱 잘못될 것이란 걸 기억하자.


 사뭇 유쾌해 보이는 만델라 효과, 그 안에 담긴 파급력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억에 뿌리를 내린 오류는 뇌를 갉아 먹고 판단력을 헤칠지 모른다. 그러니 잊지 말자. 기억은 불완전하며, 자신이 아는 것이 어쩌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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