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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선생님, 저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럴까요
  • 이한슬 기자
  • 등록 2025-09-29 16: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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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사운드와 공감되는 가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밴드가 있다. 3인조 밴드 ‘AJR’은 2005년 결성된 미국의 인디 팝 밴드로, △아담 멧(Adam Met) △잭 멧(Jack Met) △라이언 멧(Ryan Met) 세 명의 친형제로 이뤄져 있다. 다른 가수의 곡을 커버하거나 버스킹을 하는 등 소박하게 시작했던 이 밴드는 2012년 말 우연히 그들의 영상을 본 가수 시아(Sia)의 도움을 받아 정식 데뷔했다. ‘압도적인 비트를 틀어놓고 인생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AJR의 음악은 그들만의 독창적인 색이 녹아든 멜로디와 인간적인 내용의 가사로 사람들을 위로한다. 특히 대표곡 중 하나인 과 은 아직 어른이 다 되지 못한 모든 성인에게 공감을 주는 가사로 빌보드(Billboard) ‘핫 10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는 지난 2019년 발매한 정규 3집 ≪Neotheater≫의 수록곡이다. ‘업보(業報)’라는 뜻을 담고 있는 제목답게 이 곡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느껴볼 업보에 대한 회의감을 노래한다. 선행을 하면 복을 받고 악행을 하면 벌을 받는다지만, 복은 고사하고 벌을 받는 듯한 일상의 연속에서 느끼는 허무와 고통이 가사에 녹아들어 있다. 또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에게 풀어놓으며 상담을 받는 가사가 특징이다. 곡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하게 흘러가지만 그 안에 담긴 숨길 수 없는 공허함이 독특함을 더해준다. 는 뮤직비디오조차 없는 작고 소중한 수록곡이었지만 오직 곡의 메시지와 완성도만으로 정규 3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 중 하나로 꼽힌다.


 “I’ve been so good, where the hell is the karma?

(계속 착실히 살았는데, 그 업보는 어디 간 거죠?)” 

『Karma』 中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만, 기자는 자신이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어중간하더라도 보통의 위치에서 적당히 친절하며 성실했다고 말이다. 적어도 벌은 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감히 품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불안이 울컥울컥 넘쳐흐르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혐오스러운 일상에 연속이었다. ‘분명 난 열심히 살았는데 도대체 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봐도 벌을 받듯 견디기 힘든 하루는 계속 쌓여만 갔다.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던 허무함은 우연히 를 발견한 후부터 위로받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이 곡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이 기자를 사로잡곤 한다. 하지만 내일은 어떨지 모른다는 얄팍한 희망 하나가 이 곡을 통해 기자의 마음속에 싹을 피웠다. 매일 깊은 우울 속에 빠져 허우적댈지라도 그 희망 하나를 잘 키워 꽃을 피운다면 기자는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업보가 아닌 새 믿음을 품고 기자는 살아보기로 했다.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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