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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응답하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
  • 이유정 기자
  • 등록 2025-09-29 1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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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자 한입에 잊고 있던 추억이 되살아나고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추억의 과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유난히 많은 과자의 재출시 소식이 들리는 지금, 그 배경에는 어떠한 이유가 자리할까. 이에 본지는 본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억의 과자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본교 김나민(경영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추억의 과자 재출시 현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내 하루를 채우는 간식


 요즘 사람들의 간식 사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바쁜 일상에 과자 한 봉지로 끼니를 대신하거나, 점심시간에 빵과 초콜릿으로 허기를 달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네셔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성인 소비자의 8명 중 1명은 △과자 △빙과류 △초콜릿 등 간식을 통해 식사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기호의 차원을 넘어 바쁜 일상과 고물가 상황 속 간편함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본지가 지난 6일부터 24일까지 본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총 32명이 참여했으며 ‘평소 과자를 얼마나 자주 즐기냐’는 질문에 20명(62.5%)이 주 1~2회 과자를 즐긴다고 답했다. 이어 7명(21.9%)은 주 3~4회, 4명(12.5%)은 주 5~6회 정도 즐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해 본교 재학생 A씨는 “바쁜 일정 때문에 빵이나 과자로 끼니를 가볍게 때우는 경우가 늘어 이제는 식사와 간식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공감하기도 했다.


 간식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제과업계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을 넘어 기존 인기 상품에 ‘제철코어’나 ‘말차’ 같은 최신 트렌드의 맛을 입혀 새롭게 선보이는 추세다. 대표적으론 올해 유행에 맞춰 새로이 출시된 △말차에몽 △메론킥 △오예스 밤 맛 등이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과자들아, 돌아온 걸 환영해


 그러나 연이어 쏟아지는 신제품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선택지와 유행만을 좇아 비슷해진 제품들에 오히려 특별함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본교 김나민(경영학부) 교수는 “오늘날 시장에는 이미 너무 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존재한다”며 “신제품의 치열한 경쟁과 홍보 속에서 소비자는 정보 과부하로 인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피로감을 타개하기 위해 제과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추억’이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다시 선보이는 재출시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관심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자류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로, 전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던 오리온의 ‘치킨팝’을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닭강정 그대로의 맛과 모양을 앞세운 해당 제품은 지난 2016년 경기 이천공장 화재로 단종된 이후 무려 3년 만에 돌아와 큰 화제를 모았다. 치킨팝은 기존 대비 10%나 양을 늘리고 품질을 높여 돌아왔고, 이는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누적 판매량 2,800만 봉을 돌파할 정도로 대형 히트를 기록했다. 이지경제 보도자료에 따르면 재출시 당시 치킨팝은 편의점 등 일부 매장에서 진열과 동시에 매진되는 완판 행렬이 이어졌으며, 그 결과 월 매출액 또한 생산 중단 이전 대비 2.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혀졌다. 이는 어린 시절 과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시간이 흐르고 다시 제품을 찾으면서 폭발적 구매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재출시의 성공을 목격한 기업들은 잇따라 △돌아온 썬 △돌아온 아우터 △돌아온 배배 등 과거 인기 제품들을 다시 선보이며 추억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화려했던 과거 너머의 이야기


 그렇다면 다시금 대중에게 사랑받는 추억의 과자들은 왜 한때 우리 곁을 떠나야만 했을까. 제품마다 구체적인 사연은 다르지만, 그 배경에는 크게 △한정판 출시 △판매 부진 △신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림 등의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과거에 인기가 높았던 과자라도 시간이 흐르며 판매량이 줄고 수익성이 저하되면 기업은 단종이라는 결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과자 ‘별따먹자’의 경우, 주재료인 쌀가루의 높은 가격과 복잡한 생산 과정으로 제조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외에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 문제로 단종됐다가 지난 2022년 재출시된 ‘포켓몬 빵’처럼, 계약이 만료돼 자연스럽게 생산이 중단되거나 상표권 문제에 얽혀 결국 단종의 수순을 밟게 된 과자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추억의 과자 뒤에는 단순히 인기와 추억뿐만이 아닌 기업의 현실적인 고민과 시장의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추억 속 과자의 판매 중단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본교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6.9%는 좋아하는 과자가 단종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좋아했던 과자의 단종 소식을 접했을 때 들었던 기분에 대해선 ‘충격적이었다’, ‘있을 때 많이 사 먹을 걸 후회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는 과자의 단종이 단순한 제품의 부재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목소리로 추억을 소환해


 과자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기업의 결정으로만은 아니었다. 지난 18년간 소비자가 꾸준히 기업의 문을 두드려 결국 재출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네이버에 개설된 ‘카레맛 과자 비29 재생산을 바라는 까페’로, 2007년 개설된 해당 카페는 3,000명이 넘는 회원이 과자 ‘비29’의 재출시를 바라며 활동해 왔다. 과자 ‘비29’는 1991년 단종돼 2009년 재출시됐다가 2012년 두 번째 단종 이후 13년 만에 다시 재출시된 바 있다. 오리온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과자 ‘배배’도 공식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등을 통해 400건이 넘는 재출시 요청이 빗발쳐 7년 만에 다시 선보이게 됐다고 한다. 이와 같이 단종됐던 과자들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된 데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특정 과자에 대한 재출시 요청이 쇄도했고, 관련 게시글이 수만 건씩 공유되며 기업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여 바람을 관철하는 소비자들을 ‘보이슈머(Voisumer)’라 부른다. 이는 목소리를 뜻하는 ‘voice’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를 합친 말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보이슈머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능동적인 참여 경험과 함께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한편, 재출시는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전략이다. 신제품 개발 시 막대한 비용이 드는 △레시피 개발 △소비자 조사 △포장 디자인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 등 초기 개발 비용을 거의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이미 존재했던 제품을 재생산하는 것은 기존 설비를 일부 조정하는 선에서 가능해 ‘저비용 고효율’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돌아왔다는 서사 또한 자연스럽게 입혀져 별도의 마케팅 비용까지 아낄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비자 요구와 기업의 효율성 추구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추억의 과자 재출시는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win-win)’ 전략으로 떠올랐다.

 

과자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그러나 기업이 소비자들의 요청에 떠밀려 단순히 똑같은 제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일회성 ‘팬 서비스’ 개념의 추억 마케팅이 아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정식 제품으로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분석과 보완 과정을 거쳤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고, 단순히 과거의 맛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현대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까지 고려한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단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만큼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단종 원인을 극복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월 2차 재출시된 과자 비29는 2012년 1차 재출시 당시의 아쉬움을 보완하고자, 카레 맛을 더욱 진하게 하고 식감을 부드럽게 개선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재출시된 추억의 과자들은 과거를 기억하는 세대에게 추억의 향수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신선함과 호기심을 선사하며 ‘레트로’라는 시대적 니즈를 정확히 겨냥시킨다. 단순한 과거의 회귀가 아닌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단종의 아픔을 딛고 다시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본교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좋아했던 과자의 재출시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많다. 응답자들은 ‘다른 쌀과자로는 대체가 안 되는 별따먹자의 재출시를 간절히 바란다’, ‘어렸을 때의 추억이 가득한 도너츠 꼬깜, 후레이키가 다시 먹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소비자의 간절한 염원에 기업의 노력이 더해진 추억의 과자 재출시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누군가에겐 그저 단순한 간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서게 하는 추억의 과자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과자 한 봉지 열며 달콤한 추억 조각 꺼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이유정 기자 Ι 20251014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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