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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혼성’이란 바람으로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 이유정 기자
  • 등록 2025-09-29 1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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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명 나쁜 아이는 아니어도 틀에 갇히긴 싫으니까
최근 K-POP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LLDAYPROJECT)’가 데뷔해 화제가 됐다. 이에 본지는 올데이프로젝트의 인기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혼성그룹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본교 박란(K-culture management학과) 초빙교수 및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이규탁(국제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인 등장, 근데 이제 혼성을 곁들인


K-POP 시장에 혼성그룹의 활기가 감돌고 있다. 5년 전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만난 △이효리 △비 △유재석이 결성한 그룹 ‘싹쓰리’를 시작으로, 작년 유튜브 ‘문명특급’에서 △재재 △가비 △승헌쓰를 그룹으로 묶어 만든 ‘재쓰비’ 등 프로젝트성 혼성그룹이 꾸준히 등장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6월 ‘더블랙레이블(THEBLACKLABLE)’ 산하의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LLDAYPROJECT)’(이하 올데프)가 정식으로 데뷔하며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혼성그룹은 사실 이전부터 가요계의 큰 축을 담당해 왔다. 혼성그룹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그 시작점에는 실질적인 시초라고 불리는 ‘잼(ZAM)’이 있었다. 1992년 데뷔해 <난 멈추지 않는다>라는 곡으로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진 그룹이었지만, 혼성그룹도 기존의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1994년에는 <일과 이분의 일>의 ‘투투’와 <날개 잃은 천사>, <3! 4!>의 ‘룰라’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과 함께 <애상>의 ‘쿨’을 필두로 △자자 △거북이 △샵(S#ARP) 등이 2000년대를 대표하는 혼성그룹으로 활발히 활동했고, <순정>과 <비몽>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코요태’는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으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도 사랑받는다.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혼성그룹은 멤버 간 독특한 조합과 음악적 시너지로 당시 대중에게 신선한 존재로 다가섰다.

 

찬란했던 조각은 어디로


 그렇다면 과거 혼성그룹이 그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이규탁(국제학과) 교수는 “혼성 보컬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혼성그룹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강점”이라며 “남녀가 함께 무대를 선보이며 생기는 묘한 긴장감 또한 대중을 사로잡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큰 사랑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엔 혼성그룹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2010년대에 들어 정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혼성그룹이라곤 지난 2017년에 데뷔한 ‘KARD’ 정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본교 박란(K-culture menagement학과) 초빙교수는 “혼성그룹은 남녀 구성으로 팬덤의 소유욕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며 “이는 마케팅 대상의 분산으로 이어져 기획사에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혼성그룹보다 열성적인 팬덤에 소구할 수 있는 단일 그룹 제작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팬덤 형성에 있어서 ‘유사 연애’가 하나의 전략이 된 만큼 그룹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캔들’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 역시 혼성그룹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혼성그룹은 점차 자취를 감추며 긴 공백기를 맞이하게 됐다.

 

우린 기존의 틀을 ‘break it’


 한편, 오랜 공백기 끝에 다시금 혼성그룹에 ‘봄’이 오게 된 주축엔 올데프가 자리했다. 수많은 스타 아이돌을 탄생시킨 유명 프로듀서 ‘테디’가 제작해 화제를 모은 이 그룹은 데뷔곡 의 공개와 동시에 주요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이들은 기존의 팬덤 문화보단 음악 자체와 멤버 간 ‘케미스트리(chemistry)’에 초점을 맞췄다. 대중성을 겨냥한 무대를 선보이며 멤버 간 케미 역시 연애 감정이 아닌 ‘힙하고 쿨’한 동료애로 비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기존 팬덤 중심의 아이돌 시장에서 벗어나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 자체를 공략한 전략이 성공 요인”이라고 답했다.


 물론 올데프의 성공이 혼성그룹의 부활을 단번에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팬덤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K-POP 시장 구조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혼성그룹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생산 △유통 △소비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K-POP 시장에 다양성을 더해준 올데프가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올데프의 성공은 팬덤 문화의 공고한 벽에 갇혀있던 K-POP 시장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걸 그룹과 보이 그룹이 판치는 이 시대에, 낡아버린 틀을 부수고 새로운 전환점이 될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더욱 주목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혼성그룹의 등장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떠들썩하다. 기자 역시 여태껏 보지 못한 신선함에 마음이 설렌다. 새로운 시도로 다채롭게 물드는 지금,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할 혼성그룹의 찬란한 미래를 응원한다.


이유정 기자 Ι 20251014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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