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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형 인재, 전공의 속박에서 벗어나라!
  • 편집국
  • 등록 2025-09-15 08:55:57
  • 수정 2025-09-26 15: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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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단 이양호 교수


 언젠가부터 우리는 융합형 인재라는 단어의 회자(膾炙)에 익숙해 있다.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느니, 융합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느니, 융합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느니, 이제는 인재 자체가 융합형 인재를 의미하는 시대이다. 융합형 인재가 되고자 하는 것은, 가뜩이나 전공을 따라가기에도 바쁜 우리 학생들을 더욱 버겁게 하는 과제이다. 도대체 그 융합형 인재는 무엇이고 어떻게 되라는 말인가?

   

 융합형 인재의 등장은 인재의 수요처라 할 수 있는 산업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와 역량의 변화에 있다. 오늘날 산업과 사회는 다원화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상과 문제를 한 가지 영역의 지식으로 풀어가기 어렵게 됨에 따라, 융합형 인재와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융합형 인재는 어느 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가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현상적으로 많은 융합형 인재들이 존재했었다. 이러한 인재들의 유형을 살펴보는 것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하나의 ‘준거 틀’(Frame of Reference)이 될 수 있다.

   

 융합형 인재는 업적과 능력 분야가 다수인가 단일인가의 기준을 한 축으로 하고, 지식 및 전공이 다수인가 단일인가의 기준을 다른 한 축으로 하여 [그림]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림] 융합형 인재의 유형



‘르네상스’ 형은 다방면 전문성과 다수의 업적형으로, 대표적 인물이 아리스토텔레스(철학, 정치학, 논리학 등), 레오나르도 다빈치(예술, 건축, 공학 등), 미켈란젤로 (미술, 건축, 詩 등), 정약용(정치학, 의학, 공학 등) 등 천재들이라 할 수 있다. ‘의외(Unlooked)’ 형은 한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외의 분야에서 업적이나 능력을 보유한 유형이다. 물리학자 아인스타인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프로급 연주자였으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허버트 사이먼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대가(Greatest)’ 형은 다방면의 경험을 통하여 한 분야의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능력을 발휘한 유형이다. 중농주의(Physiocracy) 경제학 창시자 프랑수아 케네는 본업이 의사인데, 인체의 혈액 순환을 모방하여 경제활동을 분석한 경제표(Tableau économique)를 창안했다. GE의 CEO였던 젝 웰치의 전공은 화공학(박사)인데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으며, 스티브 잡스는 대학 중퇴(최종학력은 고졸) 이지만 인문학에서 영감을 얻어 엔지니어로서 경영자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순응(Tame)’형은 일반적인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러한 유형에서 얻을 수 있는 단서(Clue)는 융합형 인재는 특정 전공에 속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공 밖에서도 능력을 키웠고, 심지어 전공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의 업적을 남겼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전문가는 순응형이고, 그래서 전공에 순응(Tame)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결국 융합형 인재들은 전공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노력했고, 또 능력을 발휘해 업적을 남겼다.

   

 대학에서 전공 목적은 특정 분야의 지식을 통해 그 분야에 종사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기르는 데 있다. 대학에서 전공을 했다고 당장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 향하는 길에 들어섬을 의미한다. 융합형 인재도 다방면에 활약할 수 있는 융합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 출발이 된다. 의외형과 대가형에서 알 수 있듯이, 전공에 충실하되 다양한 경험과 소양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전공에 충실하되 그 전공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선택과 이를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재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융합형이 되어야 인재가 되고, 세상이 나를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학기, 전공에만 빠져있는 속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기본 소양을 쌓는 융합형 인재로 다가가 보자. 지하철 한 편에서 철학 서적을 읽는 이공계 학생들, 인공지능 서적을 읽고 있는 인문·사회계 학생들과 자주 조우(遭遇)할 수 있는 ‘광교역(경기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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