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우정을 돌아봤을 때, 그것이 사랑이었던 적은 없었는가. 또는 사랑 이상의 우정을 경험한 적은 없는가. 대도시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다양한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은 각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작년 10월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와 같이 다양한 모양의 사랑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그중에서도 ‘재희’ 에피소드를 다뤘다.
대학생 ‘흥수’는 동성애자로, 이태원 거리에서 외국인 교수와 키스하던 도중 같은 학과 동기 ‘재희’에게 이 사실을 들킨다. 이후 흥수는 재희와 엮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학내에서 ‘아웃팅’ 당할 위기를 겪을 때 재희에게 도움을 받으며 그와 급격히 친해진다. 재희와 흥수는 클럽과 술, 재희의 자취방에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둘도 없는 절친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재희의 집에 스토커가 침입해 속옷을 훔쳤고, 이에 독립하고 싶던 흥수가 재희의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는 순조로울 때도 있지만, 서로의 사랑을 우선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영원히 같이 살 것만 같았던 재희가 결혼해 동거의 끝을 맞이할 때까지 둘은 사랑 그 이상의 우정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대도시의 사랑법』 中
재희는 흔히 말해 ‘망나니’ 같은 여자였다. 짧은 기간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금방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을 항상 기다렸다. 반면 흥수는 깊은 사랑을 선호했다. 작중 흥수가 사랑했던 사람은 오직 ‘수호’뿐이었으며 재희와 달리 진정한 자신을 멀리했다. 영화의 마지막, 흥수는 ‘나’를 사랑하게 되고 재희는 자신을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게 된다. 이렇듯 영화는 다채로운 인물상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끝없이 질문한다. 당신의 사랑은 무엇인지 말이다.
기자 역시 영화를 몇 번이고 감상하며 자신의 사랑에 대해 고민하곤 했다. 이 둘과는 달리 기자의 사랑은 무엇보다 복잡하며 포괄적이다.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도 가족부터 시작해 신문사 국원들과 친구까지 떠오른다. 그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을 때 그를 향한 감정은 소용돌이처럼 뒤섞인 것들이었다. 그저 작은 동경으로 시작했던 사랑은 꽤 오랜 시간 마음에 머물렀다. 이따금 그와 닮게 되고 싶었고 때로는 흔한 연애를 하고 싶었다. 또, 가끔은 차마 사랑으로 정의할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싶기도 했다. 결국 기자는 아마도 당신이 ‘당신’이었기에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는 남과 달랐고, 이를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게 좋았다. 그처럼 영화는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기자가 감정의 결말이 생각나지 않아 다시 꺼내볼 때까지 말이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