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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끝에서야 본 것들
  • 안철현 수습기자
  • 등록 2025-09-15 03: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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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어오는 추위와 함께 모두 자신의 길을 찾아가던 작년 12월 26일, 기자의 졸업식이 있었다. 늦을까 봐 뛰어다니던 등굣길과 어느새 너무 익숙해진 풍경들. 이 모든 것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섭섭하면서도 벅찬 감정이 차올랐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졸업을 축하해주러 오신 부모님을 찾으러 갔다. 운동장 한편에서 꽃을 들고 서 계셨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겨주셨다. 그제서야 보였다. 아버지의 오랜 세월 일하며 생긴 굳은살로 딱딱한 손과 어머니의 웃음 속 걱정의 주름들이 말이다.

 

 유독 기자의 고등학교 3년 생활은 변덕스러웠다. 집과 멀리 떨어진 안성에 있는 학교에서 1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었고, 골절과 같은 부상으로 부모님을 걱정시켰다. 이후 건강 악화로 집이 그리워져 안성 지역에서 수원으로 전학을 요구하는 등 부모님을 고생시킨 적도 있었다. 어느 날은 시험을 망치고 속상해 방에 들어가 대화를 안 한 적도 있었고, 공부할 때 과일을 챙겨주시던 부모님께 집중이 안 된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거절하며 부모님께 투정을 많이 부리기도 했다.


 그런 이기심으로 가득한 고등학교 생활을 지나고 보니, 기자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시던 아버지와 날마다 걱정으로 밤을 새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잘해서만 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묵묵히 나를 도와주고 내 곁에서 응원해 줬던 부모님이 있었기에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기자를 부끄럽게 만들어 어디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 들게 했다. ‘적어도 나는 그래선 안됐었는데, 내가 나이만 먹은 어린아이랑 다른 점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던 그날을 기자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이후로 적어도 부모님을 실망하게 하거나 가슴에 못을 박는 행동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후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자는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늘 먼저 말하거나 집에 들어오면 웃으며 들어오기 등 사소한 것부터 지켜나가고 있다. 우리가 익숙한 오늘의 삶은 어쩌면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누구보다 늦게 알아차리기 쉽기에, 지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 안철현 수습기자 | lifeiscanival@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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