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지구는 지금 망가지는 중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는 약 2,633만 대로, 국민 2명당 자동차 1대를 소유하고 있는 수치를 기록했다. 차량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교통 혼잡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대 서울 주요 도로는 평균 속도가 시속 20km에도 못 미쳐 시민들의 불편은 일상화되고 있으며, 주차난과 교통 소음 역시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도로 교통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3.7%를 차지하며, 특히 자동차는 운송 부문의 대기오염 중 95%를 차지하고 있다. OECD 주요 도시와 비교해 봤을 때도 한국은 자동차 밀집도가 상위권에 속하며, 대기질 지표에서는 여전히 연평균 ‘나쁨’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이 138개국 중 세계 대기오염 순위 59위임을 잘 보여준다.
환경을 위한 하루의 선택
1997년 자동차 증가로 인한 △스모그 △교통 혼잡 △소음 문제로 고통받던 프랑스에서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9월 22일을 ‘세계 차 없는 날(Car Free Day)’로 지정했다. 이 캠페인은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 이용을 권장하며 대기오염과 소음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세계 차 없는 날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는 9월 16일부터 22일까지를 친환경 교통 주간으로 지정해 저탄소 친환경 교통 생활에 대한 인식을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실천을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 없는 거리의 의미와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확대를 위해 덕수궁길에서 ‘차 없는 날, 차(茶) 있는 거리’ 캠페인을 열어 차량을 통제하고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 탄소중립 보드게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자체에서도 일상 속 차량 의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와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차량이 아닌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했다. 서울시 또한 대중교통 환승 할인과 자전거 전용 도로 확충 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공공자전거 정책은 2008년 대전의 ‘타슈(Tashu)’를 시작으로 창원 ‘누비자’, 서울 ‘따릉이’ 등으로 확산해 현재는 여러 지역 환경 및 특색에 맞춰 시행하고 있다. 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시민들의 단거리 이동을 대체하는 대안이 돼 차량의 필요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만큼은 지구를 아껴주자
자동차 사용이 환경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 깨달은 기자는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집에서 학교까지 약 6.3km 구간을 차량이 아닌 자전거만으로 등교해 봤다. 평소 기자는 부모님 차량 타고 등교해 학교까지 15분 정도 걸리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니 약 33분이 소요됐다. 등교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지만, 오히려 수업을 듣기 전 가볍게 운동하는 기분이 들어 상쾌했다. 더불어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는 등교와 출근 시간인 9시가 가까워지자 교통 혼잡으로 신호 대기 시간이 길어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니 차량 정체로 멈춰 서 있는 자동차들을 빠르게 지나치면서 자전거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자동차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차 공간을 찾아야 하고 주차비 부담도 따른다. 반면 자전거는 강의실 앞에 세워두고 곧바로 수업에 들어갈 수 있어 훨씬 편리했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니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도 가능한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도보를 일상화해 깨끗한 공기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차 없는 날은 단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이다. 오늘부터라도 자동차를 잠시 멈추고 일상의 변화를 경험해 보자. 맑은 공기와 여유로운 거리가, 차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지 모른다.
글·사진 이윤아 수습기자 | yunna121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