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옷을 입을 때 눈에 띄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1년 중 364일은 무채색의 기본적인 옷과 단정한 신발을 고르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독 한 가지, 바로 양말만큼은 때때로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디자인을 즐겨 신는다. 처음 양말을 좋아하게 된 건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떠난 대구 여행에서였다. 대구의 아기자기한 거리를 걷던 중 과자 ‘바나나킥’이 그려진 양말을 발견했고, 기자의 가족은 모두가 하나씩 귀여운 양말을 장만했다. 각자의 취향이 담긴 알록달록한 양말은 어렸을 때부터 떨어져 지내온 탓에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기자의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존재가 됐다. 그래서 그때부터 귀여운 양말이 좋았다. 기자는 평소에 아무 무늬도 없는 하얀색 양말을 신다가도 기분 좋은 날, 특별한 날엔 귀여운 양말을 골라 신곤 한다.
최근 기자는 마감에 찌든 신문사 국원 친구에게 ‘슈퍼마리오 양말(1,500원)’을 선물했다. 고작 양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쳐있던 친구에게 잠시나마 미소를 찾아주기엔 충분했다. 살다 보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신발이나 바짓단에 가려져서 있는 개성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양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양말 없이 살 수 있는 사람 있을까? 양말의 매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사실 어느 그 무엇보다 강렬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저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양말로 자신을 표현해 보자. 좋아하는 무언가가 그려진 양말이라면 뭐든 추천한다. 1,000원짜리 몇 장만 있으면 나도 귀여운 양말을 신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글·사진 이유정 기자 Ι 20251014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