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없는 사회를 향해
‘배리어 프리(Barrier-Free)’란 장벽을 뜻하는 ‘배리어(Barrier)’와 없앰을 뜻하는 ‘프리(Free)’의 합성어로,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운동과 정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설치해야 하는 배리어 프리 관련 시설 및 설비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바에 따른다. 해당 법률 시행령에서는 △점자블록 △높이 차이가 제거된 건축물 출입구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등을 장애인 편의시설로 규정해 건물 용도에 따라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 항목을 구분하고 있다.
더불어 시설뿐 아니라 ‘장애인’ 그 자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3년 1월 28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해당 개정안에도 배리어 프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는데, 대표적으로 무인 단말기를 설치하고자 하는 △공공 △교육 △의료 시설 내에서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 도입을 의무화한 것이 있다.
위 법에 따라 교육 시설에도 배리어 프리 설비 설치가 의무화되며 대학가 역시 무장애 환경 조성에 관심을 두는 중이다. 실제로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은 2014년부터 지난 2020년까지 3년 주기로 장애학생의 교육여건 유도를 위해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마지막 실태평가 결과에 따르면 본교 수원캠퍼스는 ‘보통’, 본교 서울캠퍼스는 최저 등급인 ‘개선 요망’ 등급을 받아 장애학생을 위한 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턱 앞에 멈춰야만 했던 발걸음
현재 본교는 ‘특수교육 대상자 전형’을 통해 매년 4명의 장애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올해 기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등록된 재학생 수는 총 15명이다. 장애유형은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 장애 △뇌병변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본교 학생지원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습지원 △평가지원 △장학 지원 △진로 취업 지원 △대학 생활 지원 총 5개의 분야를 통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강과목 강의실 우선 배정 제도’는 장애학생이 수강 신청한 과목에 대해 장애유형에 따라 적절한 강의실을 우선 배정하는 제도이며, 매해 2월 초와 8월 초에 신청할 수 있다. 또, 수시로 신청이 가능한 ‘대안 과제 및 과제 제출 기한 연장제도’는 과제 수행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애학생에게 대안 과제를 할당해 주거나 과제 제출 기한을 연장해 주는 제도이다. 이 외에도 △보조공학기기 지원제 △비교과 프로그램 무상 지원제 △기숙사 우선 배정제 등의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내 배리어 프리 시설 및 설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본지가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본교 수원캠퍼스의 경우 △장애인 전용 화장실 △경사로 △점자블록 등 필수적인 편의시설이 대부분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강의실의 출입문이 여닫이문으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학생이 혼자서 문을 개폐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5강의동(덕문관)과 제6강의동(광교관)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물리적 접근성에 큰 제약이 존재한다. 본교 서울캠퍼스의 경우 정문부터 강의동까지 66개의 계단이 이어져 있으며, 충정관과 블랙홀 역시 엘리베이터가 없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학생은 건물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계단 이용이 어려운 경우 후문을 이용할 수 있지만, 후문에도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이 조성돼 있어 장애학생이 혼자 통행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대학가 내 배리어 프리는 현재진행형
이와 같은 배리어 프리 문제는 비단 본교만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현재 타 대학은 장애학생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우석대학교(이하 우석대)의 경우 장애학생의 이동권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해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동휠체어 충전소 운영 △장애대학생 도우미 지원 △점자 및 라벨프린터 설치 등 생활밀착형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더불어 지난 6월에는 ‘제14회 한·중·일 시각장애인 테니스 대회’를 개최해 장애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전달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우석대 진천캠퍼스 장애인스포츠단이 스포츠 활동과 연계한 기업 일자리 고용 정책의 성과로 전원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덧붙여 한경국립대학교(이하 한경대)는 캠퍼스 전역을 무장애 환경으로 조성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한경대는 장애인특화교육 대학인 한국복지대학과 통합해 장애학생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설 확충에 나선 바 있다. 한경대는 휠체어 이용자의 보행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과속방지턱과 횡단보도의 기능이 합쳐진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캠퍼스 내 이동이 가능한 보행 경로를 안내하는 ‘무장애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함께 만들어 갈 모두의 캠퍼스
실태조사 결과와 타 대학 사례를 종합했을 때 본교 역시 보다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 황병호 팀원은 “현재 본교에 등록된 장애학생은 재적학생 약 1만 6,000명 중 15명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위해 모든 시설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수의 인권도 중요하나 학생들의 등록금이라는 공적 자원은 다수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소수를 위한 지나친 편의 집중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본교가 장애학생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황 팀원에 따르면 본교는 장애학생의 민원이 제기됐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실제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가 없는 본교 제5강의동(덕문관)의 수업을 종합강의동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본교 제5강의동(덕문관)에 차량 진입이 가능한지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장애학생인 경우 기숙사 비용 감면이 가능한지 등의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황 팀원은 “장애학생이 제기한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은 따로 없다”며 “등록된 장애학생 수가 많지는 않으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태평가 이후에는 장애학생 휴게실 마련, 휠체어 리프트 구매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개선이 이뤄졌다.
더불어 본교는 작년 개최된 제2회 귀룡제 ‘Kyonggi in WONDERLAND’에서도 배리어 프리존을 운영해 장애학생의 적극 참여를 도모하기도 했다. 당시 축제기획위원회로 활동했던 제38대 내일 총학생회 정해솔(체육·4) 문화기획국장은 “타 대학의 사례를 조사하던 중 장애학생만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며 “장애학생의 처우를 개선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배리어 프리존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작년 배리어 프리존은 무대 옆 콘솔 부스 인근에 마련됐으며 장애학생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다만 해당 공간을 실제로 이용한 학생 수가 많지 않아 피드백을 수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 국장은 실 이용자 수가 적었던 이유에 대해 “공간에 대한 안내와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사전 홍보와 함께 현장에서도 눈에 띄게 안내될 수 있도록 스태프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걸음
한편, 본교는 예산상 전면적인 시설 개선이 어려운 만큼 외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황 팀원은 “현재 본교의 장애학생 수가 많지 않아 추가 예산 확보나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며 “장애학생 간담회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정작 장애학생들의 직접적인 참여율이 저조해 적극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본교는 교육부가 지정한 권역별 장애학생 지원 거점대학의 사업에 장애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황 팀원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지역별로 거점대학이 지정돼 있어 본교 장애학생도 이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인 여건 속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 황병호 팀원은 “현재 본교에 등록된 15명의 장애학생보다 더 많은 장애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장애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보다 나은 학습 환경과 실질적인 지원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 꼭 등록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학업을 위한 권리라는 생각으로 센터에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 이연우 기자 | yeonwoo827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