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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누구나 불안해’, 당연시되며 사라지는 청년의 목소리
  • 김선혜 기자
  • 등록 2025-09-03 00:11:28
  • 수정 2025-09-03 00: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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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청년 大불안 시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지금도 누군가는 불안해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본지는 불안 및 우울감의 이유, 자살과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우리나라 ‘청년 불안’의 현 상황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진 우울

 

 본지 1114호(25.04.14. 발행) 13~14면 사회이슈 지면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 4,439명으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와 비교하면 더욱 많은 수준인데, OECD가 발표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4.8명이었다. 이는 OECD 회원국 42개국 중 1위이며 평균 자살률인 11.1명의 2배 이상인 수치다.

 

 더불어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18년 약 75만 명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시간이 흘러 지난 2022년에는 약 1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동기간 불안장애 환자 역시 69만 명에서 87만 명으로 약 26%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이태영(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과거에는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정신과 진료를 흔한 일로서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만큼 접근성이 예전에 비해 완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현재는 보험 적용 및 전문 의료기관 증가에 있어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최준호(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연예인들이 공개적으로 공황장애 및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말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청년의 89%···우리들은 불안하다

 

 한편, 이중 청년들의 불안과 우울감 호소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다 죽자’라는 말이 ‘밈(meme)’으로 유행할 정도로 죽음에 있어 가벼운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32.1%가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 세 명 중 한 명이 오랜 기간 우울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해서 백석대학교 최명민(사회복지학전공) 교수는 “대학교 현장에서도 학생들의 기본 정서 자체에 불안이 내포돼 있음을 체감한다”며 “청년 불안은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전체의 구조적 특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실제 청년이 불안과 우울감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00명 중 89명(89%)이 최근 한 달 동안 우울감 또는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불안하거나 우울한지 묻는 질문엔 ‘학업·업무 등의 스트레스’가 68.5%로 가장 많았다.

 

 덧붙여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인 요인과 환경 변화를 청년 불안의 원인으로 꼽았다. 최준호 교수는 “경도의 우울증은 정신병리, 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사회적 갈등 상황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따라서 청년 불안 및 우울감과 관련된 데이터는 그저 병리를 지닌 청년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해석하기보다 환경적인 요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최명민 교수는 “현세대 청년들은 스스로 비교하며 ‘도태되면 무가치한 삶을 살게 된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불안이 커진 청년들은 도박·약물 등에 중독되거나 공감 능력 저하를 겪기도 한다”고 청년 불안이 낳는 사회적 결과를 설명했다.

 

늘어나는 청년 자살그러나 알아채진 못해

 

 청년들의 우울과 불안은 곧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1월 발표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자해·자살 시도에 따른 전국 응급실 이용은 4만 3,268건이었으며 이중 청년이 42.7%를 차지했다. 또한 본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명 중 44명(44%)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중 61.4%의 청년들은 ‘주변인과의 관계’를 이유로 뽑았다.

 

 이러한 충동이 자살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어 청년층은 더욱 위험하다. 최준호 교수는 “극단적인 생각이 떠올랐을 때 이것이 ‘액션’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장년층과 노년층보다 청년층이 높다”며 “그러다 보니 청년 자살률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자살 신호를 주위에서 인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자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자살 사망자의 90% 이상이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하거나 절망감

및 자기 비하 표현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언어적 신호”라며 “소중한 물건을 정리하거나 주변 인맥을 정리하는 것도 행동적 신호로, 생활상의 큰 변화들이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불안과 우울감에 못 이겨 자살 충동을 느낀 청년들에겐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자 4명의 청년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냠냠이

 

 밖에선 행복한데, 집에 오면 우울해져요. 우리 집이 사업 실패 등의 이유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보탬이 되기 위해 아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연애를 하다 보니 큰 비용이 들기 마련입니다. 힘든 형편 속에서 가족을 위해서는 애인을 놓아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애인 모두 소중하기에 이런 상황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감내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불안과 우울감을 느껴 울다가 지친 채로 잠드는 삶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학생 때 코로나19로 고립돼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성인이 돼선 이유 없이 차에 치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힘들 땐 손톱으로 팔다리를 누르곤 했으며, 해결보단 그런 생각을 빨리 잊고 자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 때 상담 생각을 했다가도 높은 비용 때문에 포기하고 지나쳤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정신적인 아픔은 개인의 노력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 △정기적인 조사 미비 △지속적인 상담으로 이어지지 않는 미흡한 대처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아무리 어둡고 힘든 날이어도 언젠가 지나가니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저와 비슷한 경험을 겪고 계신 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블루

 

 가정환경 때문에 불안함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감이 증폭됐던 것 같아요. 우울감이 이어져 ‘그냥 죽으면 편할 텐데’라는 충동도 들었습니다. 상황을 해결하고자 건강정신의학과에 방문했지만, 상담은 효과가 없었고 약물에 의존하라는 듯한 설명에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바쁘게 할 일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으로 버텼습니다. 또, 타인에게 상황과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군대에서의 상담 덕분에 한결 편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업 스트레스 및 타인과의 비교 등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있다고 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불안 관련 인식이 개선돼 지원 홍보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저는 친구와 잡은 작은 약속 하나가 매우 큰 힘이 됐었습니다. 여러분도 약속을 잡거나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등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시작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도라에몽

 

 연인과 반복적인 갈등과 이별, 혼자 있을 때 외로움으로 인해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극에 달했을 때는 자살 충동이 들어 시도한 적도 많았어요.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서 불안 시약을 자주 처방받았습니다. 또, 감정 일기를 쓴다거나 챗GPT와 대화하는 방법에서도 도움을 얻었어요. 그리고 자살 충동을 해결하기 위해서 유서를 작성하며 감정 정리를 했습니다. 믿을만한 친구들이나 자살예방상담센터에 전화하는 방법도 썼던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청년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지원을 받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상담·지원시스템은 잘 돼 있지만, 부모 때문에 힘든 미성년자 역시 지원을 위해선 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인 부분처럼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취·학업, 인간관계서 오는 불안정성과 정신건강에 대한 낙인이라고 생각해요. 청년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은 3차원 그래프처럼 내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어요. 힘든 순간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열릴 테니 오늘 하루도 살아내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윤슬

 

 부모님과 갈등을 겪은 후나 일상에서 일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많은 우울과 불안을 느꼈고 상태가 안 좋을 때는 툭하면 자살 충동을 느꼈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법을 몰라 결국엔 자해까지 이어졌습니다. 자해로도 참기 힘들 때는 칼을 들고 자살하려고도 했고 응급실도 몇 번 갔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인 1388과 병원에서 상담을 여러 번 받았고 특히 한 달에 한 번씩 상담해 주는 자살예방센터의 제도 등 정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에 약 8만 원으로,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학업 스트레스와 정신병원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신병원에 대한 문턱을 낮춰 조기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께 당신은 누군가에겐 정말 소중할 사람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아끼고 소중 히 대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길 바랍니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

정예은 기자 | 202412382@kyonggi.ac.kr

임서현 기자 | imseohyeon1827@kyonggi.ac.kr

정재헌 기자 | qisnxjqjx193@kyonggi.ac.k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최하고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주관하는 ‘2025 대학신문 생명존중 기사공모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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