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내가 딱 정리해 줄게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특수 교육대상자를 도전 행동1), 학습능력 등의 기준에 따라 △일반학교의 일반학급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특수학교로 배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학생은 실질적인 통합교육 시행으로 일반학생들과 함께 수업받으며 일부 개별화된 학습을 지원받고 있다. 반면 ‘특수학교’는 특별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말한다. 장애학생으로만 구성돼 있기에 일반학교보다 전문적으로 학생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 또한 ‘사회성’과 ‘자립심’ 향상이 우선되기 때문에 생활 능력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부터 교육하기 시작한다. 일반 학교와 비교되는 점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 특수학교의 진학을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는 증가하고 있으나 특수학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 특수교육총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특수학교는 지난 2023년 기준 194개로 집계됐다. 그중 서울특별시(이하 서울)는 33곳이지만 국립은 3개교, 공립은 11개교에 불과하며 대부분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중 △금천구 △동대문구 △성동구를 비롯한 8곳은 특수학교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현재 특수교육 대상자는 계속해서 느는 것에 비해 특수학교의 확충 속도는 현저히 느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11만 5,610명으로 1년 전보다 5.4% 늘었으며 지난 2020년 대비 약 2만 명(21.2%) 증가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특수교육 대상자 가운데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작년 기준 전체의 31%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렇듯 특수학교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너무나도 먼 꿈이 된 것이다.
의무교육인데 면접까지? 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 성진학교(가칭)설립 예정인 성수공업고등학교 폐교부지
특수학교의 수가 부족하니 수요가 많은 학교의 경우 면접까지 거쳐야 한다. 그로 인해 일부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를 하루 굶기고 면접을 봐야 이상행동을 더 많이 해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장애학생 학부모 두 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전국 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이은선 회장은 본인의 자녀가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미달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학교 경쟁률이 5대 1정도라 전해 들었다며 과거에 비해 과밀화가 심화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특수학교 특성상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육 과정이 진행되다 보니 정원이 꽉 찬 경우 입학하는 방법 외에 전학조차 힘들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송파 장애인 가족지원센터 김연 센터장도 “특수학교 및 학급의 과밀화 문제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특수교육의 핵심은 개별화 교육이지만 포화상태인 특수학급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전 행동이 있는 특수학급의 학생이 수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만으로 교실 밖에 보내지거나 곧장 귀가조치를 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는 교사의 잘못도 아닌 과밀학급 속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에 해당한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결국 아이들이 존중받아야 할 교실에서 분리와 배제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영원한 상처로 기억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특수학급 교사의 고통은 뒷전
특수교육 과밀화 현상의 피해는 장애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특수교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특수교사의 고통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현재 담당하는 학급의 학생 수나 지원 인력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A교사는 “현재 2개의 특수학급 정원이 꽉 찬 상황이며 특수교육 대상자 7명과 통합학급에서만 수업하는 완전통합학생까지 포함하면 과밀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작년의 경우 한 주 최대 시수인 29시수의 수업을 진행했으며 함께 일하는 교사 또한 기간제 교사라 특수교육에 대한 거의 모든 업무를 혼자 맡아 퇴근 시간 후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과도한 업무의 양을 토로했다. 실제로 작년 10월 인천의 한 특수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공론화된 바 있다. 그가 근무하던 학교는 특수학급 인원이 줄자 특수학급을 감축했다. 하지만 다음 연도 새 학기가 되자 전학생이 들어와 학생 수가 증가했으나 특수학급을 늘리지도, 교사를 추가로 배치하지도 않았다. 그로 인해 교사는 29시간을 매번 소화해 내야 했다. 이러한 과다 업무
및 부실 행정지원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특수교사가 부족한 현실에서 현재 공립 특수교사 선발인원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기준 전국 교육청은 특수교사로 713명을 선발했다. 이는 매년 1,500여 명의 교사를 채용하던 지난 2020년보다 현저히 줄어든 수이다. 그로 인해 부족한 교사의 자리는 기간제 및 남아있는 특수교사가 메워야 하는 실정이다.
‘명품 동네’에선 특수학교 설립도 안돼…
특수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학교의 확충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설립을 발표하는 순간부터 난항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설립이 지연되는 주요 요인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 이른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현상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 폐교부지에 공립 특수학교인 ‘성진학교(가칭)’는 오는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자 주민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10년 안에 맞은편 재개발 기구에 입주할 1만 가구를 위해 남겨놔야 한다는 점과 일반 고등학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일부 주민은 “성동구는 이제 명품동네가 된 만큼 명품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해당 발언은 특수학교 설립이 절실한 학부모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성진학교 개교를 위한 행정 절차는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및 의결’만 남은 상황이다. 여기서 무산된다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학교와 관련된 부지 갈등 상황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 중랑구의 지적장애인 대상 공립 특수학교인 ‘동진학교’는 2012년 처음 설립 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서울시교육청과 중랑구청은 지난 2017년 학교 개관을 목표로 부지를 물색했으나 주민들의 반대와 토지 소유주와의 이견 때문에 8차례가량 부지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간 연기된 끝에 올해 3월에서야 진입로 공사에 들어갔으며 개관은 기존 목표보다 10년이 지연된 시점으로 예상된다. 동진학교 외에도 강서구의 ‘서진학교’ 또한 많은 이들의 눈물이 담겨 있다. 서진학교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설립을 호소했기에 9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지난 2020년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들에게 학교는 사회와의 첫 번째 출발점이기에
△ 서울 소재의 한 특수학교
이 회장은 “장애아동도 잘 키운다면 자립뿐만 아니라 사회의 성인으로서 직업도 갖고 살아갈 수 있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특수교육 관련 주요 예산 항목 중 장애인 생애 단계별 지원과 디지털 교육 지원 등을 포함한 ‘특수교육 내실화 지원사업’ 예산은 115억 원으로 작년 222억이었던 것에 비해 48%가량 감소했다. 또한 이 회장은 “학교마다 국제 공인 행동분석 자격증(BCBA)을 지닌 전문가를 파견해 행동 중재팀을 꾸리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예민도가 높은 일반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설명했다.
또한 A교사는 특수교육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학급당 학생 수 축소’를 꼽았다. “특수학급의 경우 아이들의 특성이 모두 다르다 보니 한 명의 차이가 매우 심하다”며 “수가 조금이라도 줄면 다양한 활동과 개별화된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특수학교가 더 신설돼 특수교육 대상자에도 학교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병설 유치원과 같이 병설 특수학교나 분교처럼 소규모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작년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초·중·고등학교에 특수학교를 병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센터장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되는 첫 번째 마당”이라며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누구나 장애아이의 가족과 지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부족으로 장애학생 학부모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고통받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배척이 아닌 따듯한 시선이 우선시돼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1) 개인의 △학습 △발달 △사회적 관계 형성을 방해하거나, 본인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문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