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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저 먹구름보다 빨리 달려가
  • 이연우 기자
  • 등록 2025-09-02 23: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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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말고사가 끝난 어느 여름날, 기자는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다. 매일 강의실과 기숙사만을 오가며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대구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 내내 하늘은 흐렸고, 기자의 마음에도 조금씩 먹구름이 껴있었다. 기자는 평소에도 비행을 무서워한다.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한 높은 고도 때문이다. 누군가는 하늘을 나는 경험을 자유의 상징처럼 여긴다지만, 기자에게는 그 자유가 되려 통제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다. 드라마나 영화 속 불안한 장면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륙 전의 진동과 점점 멀어지는 지상은 여러 번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유독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이라 더욱 겁이 났던 것 같다.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었음에도 이륙을 기다리는 그 몇 분간 마음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륙이 시작되자 기체는 기자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부드럽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떠올랐다. 창밖을 바라보니 흐린 먹구름을 뚫은 비행기 바깥에는 맑고 아름다운 풍경이 기자를 환영하고 있었다. 그 순간 기자는 깨달았다. 두려움은 가만히 멈춰있을 때는 거대해 보이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서히 줄어드는 감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처음부터 모든 게 괜찮아질 수는 없겠지만 움직임 속에서 비로소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기자를 짓눌렀던 무거운 감정은 사실 출발 전까지 멈춰있던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떠나기 전에는 항상 불안하고 무섭지만,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면 두려움은 그 속도에 밀려 조금씩 옅어진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짧은 비행이었지만 기자는 아마 이날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스무 살도 저물어 가며 기자는 이제 또 다른 길을 마주하고 서 있다. 앞으로 살아가며 새로운 도전 앞에서 우물쭈물하게 될 때면 기자는 아마 이날 얻었던 깨달음을 되새길 것이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기보다 일단 나아가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한 번 나아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진심이다. 여전히 이륙은 무섭지만 이제 기자는 알게 됐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흐린 날씨 저 너머엔 따뜻한 햇살이 언제나 우리를 비추고 있다는 것을. 그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다.


글·사진 이연우 기자 | yeonwoo827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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