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와이파이] 핸드폰 구매 지원금의 부활, 통신 시장은 ‘혼란’
  • 임서현 기자
  • 등록 2025-09-02 23:34:06
기사수정
  • 대한민국 3대 악법이라 불리던 단통법의 폐지
2014년 도입됐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지난 7월 폐지됐다. 일각에선 통신 시장의 자유를 해치던 법의 폐지를 환영하지만 차별과 불공정 행위의 재등장을 우려하는 입장도 공존한다. 이에 본지는 폐지를 통한 기대 효과 및 예상 부작용과 더불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취지는 좋았으나 승자와 패자가 극명했던 법


 지난 7월 22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이 전면 폐지됐다. 단통법은 2014년부터 단말기 판매가 공시를 의무화하고 단말기 가격의 일부를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조항 등을 시행한 법률이다. 이는 이동통신회사 △SKT △KT △LG U+(이하 이통 3사)가 과도한 경쟁으로 무분별하게 내놓은 공시지원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핸드폰을 공짜로 구매 후 되팔거나 소비자마다 극심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비자 차별과 시장 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11년 만에 폐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통법은 도입 당시에도 지원금 축소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오남석 이용자정책국장은 “시간이 지나 통신사 수입이 남으면 요금을 내릴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비 할인율은 낮아졌고 단말기 가격은 올라 소비자보다 통신사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휴대폰 소비자 가격은 2014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41%가량 증가했다. 이에 비해 2014년 1조 6,000억 원 수준이었던 이통 3사의 영업 이익은 최근 3년간 연 4조 원대를 기록 중이다. 


폐지 환영의 목소리, 동시에 불안한 시선도 


 우려가 현실이 된 결과,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7월 휴대폰 사용자 3,187명 중 88%가 단통법 폐지에 찬성한 것 으로 밝혀졌다. 이는 다시금 이통 3사 간의 경쟁 활성화에 따라 단 말기 소비자 가격 인하와 통신비 절감 효과 등 혜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대리점도 단통법 폐지를 환영하는 입장 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10년간 이동통신 유통산업이 붕괴됐다”며 “단통법 이전 3만 개 오프라인 대리점과 2,200만 대 였던 휴대폰 판매량은 작년 반토막이 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소비자 단체는 현재 포화상태인 이통 3사가 굳이 지원금 경쟁을 벌일 유인이 없기에 높은 통신비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는 단통법 폐지 대신 2만 원대 중저가 요금제 경쟁 유도, LTE 서비스 반값요금제 도입 등의 방안을 주장했다. 이통 3사로부터 망을 임차해 제공하는 ‘알뜰폰’ 업체도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지만 통신사가 단말기에 지원금을 남발하면 소비자들이 대형 통신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일부가 단말기 지원금을 검토 중이지만 대부분의 중소 사업자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대하던 효과 불러올 수 있을까 


 단통법 폐지 후 한 달도 더 지난 현재, 이통 3사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이다. ‘지원금 경쟁’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공시지원금의 일종인 공통지원금을 변동한 건수는 각 사마다 5 건 내외에 그쳤다. 통신 시장의 과열 여부를 측정하는 ‘번호 이동 건수’ 또한 폐지된 후 열흘간 하루 평균 1만 5,000여 건으로, 예년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성엽 기술법정정책센터장은 “통신 시장의 △AI △정보보호 △6G 투자비를 고려하면 보조금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며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중고폰 활성화, 저가 단말기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은 판매자들에게 “지원금 경쟁으로 소비자 혜택이 증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처럼 단통법 폐지의 실질적 정책 효과를 위해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단통법 폐지를 통해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촉진되고 국민이 저렴하게 핸드폰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그러나 기대 효과를 불러오기 위해서, 그리고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임서현 기자 Ι imseohyeon1827@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