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에서 캥거루족이 발생하는 배경은 무엇이며, 자립 연령이 늦어지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다
민 교수 한국 사회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러한 부모의 지원이 ‘봉양’ 또는 ‘부양’의 형태로 부모에게 되돌려주는 문화가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부모가 자녀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2000년대 이후 청년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진입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경제적, 문화적 웰빙(well-being)의 수준은 높아졌다. 이에 청년들 자신이 기대하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된 게 바로 ‘캥거루족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캥거루족 현상은 단지 청년들의 높은 주거비 등 금전적 어려움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청년들은 무리하게 독립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부모의 둥지에서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 더불어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정서적 독립을 두려워하는 것 역시 캥거루족 현상을 확산시키는 배경이다.
임 박사 현재 한국은 사회적인 나이가 무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사회적인 시간의 눈치를 보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등 사회적인 시간을 느슨하게 만든 것에 기인한다. 기성세대는 나이에 대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세대는 굉장히 줄어들었다. 이는 좋은 현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무 및 책임감과 연결된다. 더불어 자립 연령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기성세대의 ‘청년들은 부모 도움 없이는 안 돼’라는 가치관이다. 청년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가치관이 부합한 상황이다. 또한 기성세대는 죄책감 때문에 청년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현재의 사회문제를 자신들의 탓으로 보기에 청년들이 일정 나이가 되면 주어지는 의무를 지는 게 고달픈 삶이라고 느낀다.
Q. 캥거루족 현상이 부모 세대의 노후 및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질문드리고 싶다
민 교수 한국의 부모님들은 서구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자식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 부모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적 투자를 외신은 ‘교육 광풍’이라는 단어로 서술할 정도다. 이러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부모의 무리한 돌봄과 경제적 지원으로 연결되고, 이는 부모의 노후 준비를 어렵게 한다. 오죽하면 ‘에듀푸어(edu-poor)’라는 신조어도 존재할 지경이다. 자식의 교육에 무리한 투자를 하고, 성인이 된 자녀까지 돌봐야 하는 부모들은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그러기에 결국 은퇴 후 빈곤의 문제에 직면한다.
임 박사 자식은 곧 부모의 명함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무리 명망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노년이 되면 ‘자식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가 인생의 이정표가 된다. 결국 부모 자신의 명함은 사라지는데, 자식 교육을 실패한 부모는 결국 자신의 인생도 실패했다고 느낀다. 에디슨의 발달 이론에 따르면 50~60세가 ‘통합 대 절망’의 시기이다. 조금 더 나이를 멋지게 먹어야겠다는 자아와 인생을 헛살았다는 자아가 공존하는 것이다. 또한 노후에는 실질적인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부모의 경제가 굉장히 위축된다. 그런데 이를 나눠 써야 하기에 자식과 더불어 빈곤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은 자식에게 돈을 쓰며 심리적 충족감을 원하는 ‘보상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식과의 갈등이 발생한다.
Q. 캥거루족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민 교수 청소년기부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꾸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부모의 의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청년 스스로가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경제적·정서적 안락함에 안주하면 성인으로서 독립된 삶을 살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느껴야 한다. 나의 주인은 나다. 부모가 아니다.
임 박사 영유아도 ‘발달 과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기어다니다가 걷고, 학교에 가기 싫어도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발달 과업이다. 그러기에 청년들도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독립을 독려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스스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독립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유를 묻다 보면 핑계만 생길 뿐이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