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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전략이다.
  • 편집국
  • 등록 2025-06-02 16:55:31
  • 수정 2025-09-29 09: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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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섭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경기대학교 동문)

   

 10여년 전 평소에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 CEO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직원 관리의 어려움, 체계적이지 못한 재무관리, 무능력한 임원의 인건비 낭비 등을 해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30여년 이상을 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흔쾌히 수락하고 부사장 직함으로 6개월 동안 해결해 보기로 약속하였다. 출근을 시작하면서 CEO로부터 영업을 제외한 관리 총괄의 전권을 위임받았고, 막상 업무를 시작해서 점검해 보니 기업의 위계는 엉망이었고 재무담당 직원은 6개월 간격으로 신입사원이 대체되고 있었으며, 전무 직함의 기술직 임원은 하루 온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높은 급여를 받고 있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행히 사전에 알고 있었던 문제였기에 3~4개월 만에 직원 관리와 재무관리도 체계를 잡았고 문제의 임원도 퇴직금과 위로금을 더하여 분할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퇴직 처리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CEO와 약속한 문제는 무난히 해결되었지만, 사실 이런 일이 회사에서 만연되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다. CEO의 윤리경영 부재가 더욱 큰 문제였다. CEO는 법인 자금을 개인금고로 생각하였고 법인 개념에 대하여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무개념 행위에 대하여 CEO에게 많은 조언과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나는 약속된 6개월이라는 기일이 되어 그와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끊어지게 되었다. 1~2년 후 결국 그 회사는 자금난으로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후 회생신청도 인가에 실패하여 결국 파산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위 사례는 어느 중소기업의 사례에 불과한 것이지만 어려움에 처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CEO리스크에 기인하고 있으며, CEO가 윤리경영을 실천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윤리를 외면한 경영은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기업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제 기업 경영에 있어 '무엇이 옳은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도덕적 고민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윤리경영은 단지 법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업문화를 말한다.

   

 8년전 평소 존경하던 윤리학자 손봉호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교수님은 강의에서 당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 지수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르완다’보다도 못한 50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을 지적하셨다. 그러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아파하지도 않고 있는 사회 현상이 더욱 개탄스럽다고 말씀하셨다. 즉 우리나라 정부, 언론, 기업 그리고 국민 전체가 부패에 무감각해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보험사기가 일본의 14배, 연간 탈세율이 26.8%라는 말씀으로 우리 사회를 질타하면서 우리 민족 전체가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면서 깊은 자성을 촉구하던 말씀이 아직도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그럼 “기업이 윤리경영을 왜 해야 하는지?” 또 “그 필요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윤리경영은 단순히 도덕적인 이유를 넘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신뢰성 확보, 리스크관리 등과 직결된다.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기업은 고객, 투자자, 파트너로부터 신뢰를 얻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신뢰는 곧 브렌드 가치와 연결되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또한, 비윤리적인 행위는 법적제재나 과징금, 평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평소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면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윤리경영은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하게 하며,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데, 공정하고 윤리적인 경영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고, 조직의 투명성과 협업문화를 강화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주주, 고객,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건전한 관계 형성을 통해 사업 기회를 확장할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이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내부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임직원들에게 윤리경영을 교육함으로써 구성원 스스로 윤리의식을 갖고 행동하도록 하여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업 내부에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회사의 윤리강령, 행동규범, 내부 규정 등을 수립하거나 개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고 경영진과 실무진이 윤리경영 기준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점검하여야 한다. 또한, 내부고발시스템을 구축하여 비윤리적 행위의 조기 발견과 예방과 “잘못된 것은 말할 수 있다”는 신뢰 기반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 외에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강화, 이해관계자(고객, 임직원 등)와 지속적 대화로 윤리경영을 실천하여야 한다. 

   

 오늘날 기업의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즉, 기업은 윤리경영을 생존의 조건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모든 조직과 기업이 윤리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신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정부, 시민사회, 소비자 등 외부의 역할도 윤리경영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정착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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