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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메인] “독립 안 해” 부모의 주머니에서 벗어나지 않는 캥거루들
  • 임서현 수습기자
  • 등록 2025-06-03 02: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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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갇혔거나, 사회가 가뒀거나
‘캥거루족’이란 성인으로 여겨지는 나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동거하는 세대를 묘사하는 용어이다. 현재 캥거루족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지난 2022년 기준 부모와 동거하고 있다는 20대 비율이 81%에 달해 심각성이 대두됐다. 이에 본지는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의 입장을 살펴보고 중앙대학교 이병훈(사회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모 세대의 노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청년들이 독립하지 않는 요즘


 성인이 되고 부모로부터 자립해 사회 또는 새로운 가정에서의 설 자리를 만드는 이행 과정을 청년기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청년기에 들어 섰음에도 경제적·정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세대를 ‘캥거루족’이라고 칭할 정도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부모와 동거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 비율이 81%에 달해 OECD 36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 고용정보원 황광훈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의하면 25∼34세 청년 중 캥거루족의 비율은 지난 2020년 기준 66.0%로, 8년 전인 2012년의 62.8% 보다 3.2%p가 늘어난 비율이었다. 중앙대학교 이병훈(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취업과 경제적 자립 요건을 갖춘 후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30세 미만 청년들이 많았다”며 “현재는 대학교까지의 진학이 취업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며 독립 시기가 늦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반대학 26세 이상 입학자는 지난 2021학년도 8,435명으로 10년 전인 2011학년도에 비해 105.4% 증가했다. 이 교수는 “30대 중반 이 행기를 넘어 40대 미만까지 독립 시기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현재 청 년 이행 과정이 그만큼 더디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청년의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35~39세의 41.8%가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의 속마음


 그렇다면 캥거루족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해 청년층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지는 청 년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달 2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캥거루족이 청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17.2%만이 ‘그 렇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캥거루족’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느끼 는 청년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대학생들은 ‘취업난(83.3%)’을 캥거루족의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경우 채용 문턱이 높아 이에 채용까지의 공백이 길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의 선호 직장은 대기업이 64.3%로 중소기업 선호도와 약 2배 가량 차이 났다. 더불어 취업하더라도 독립 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학생 A씨는 “요즘 물가에 독립해 월 세와 생활비를 낸다면 평생 돈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며 “캥거루족은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돈을 모아 독립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 라고 답했다. 더불어 취직해서 돈까지 벌어오는 사람을 캥거루족에 포함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


 하지만 청년들의 입장 이면엔 캥거루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모 세대의 부담이 존재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캥거루족의 부모는 수입 만족도가 낮은 경향을 보이기에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노후 및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큰 것이 밝혀졌다. 이 교수는 “부모의 경우 자녀가 독립 하면 경제활동과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난 여유 있는 생활을 기대하지만, 캥거루족 자녀로 인해 기대했던 노후의 삶의 괴리에서 여러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어려움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근로능력은 있으나 지속적으로 쉬는 청년인 ‘니트족’이 늘어나는 문제를 겪은 바 있다. 2002년 당시 일본 25~34세의 실 업률은 6.4%였으며, 2003년에는 15~24세의 실업률은 10.1%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일본은 청년이 취업해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청년지원기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청년자립합숙’을 진행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정부는 취업률 향상을 위해 응시료 지원 및 청년도전 지원사업 확대 등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청년층 전반을 위한 지원은 있으나 캥거루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논의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며 “청년들의 중요한 자립 요건인 거주의 독립을 위해 청년 거주 공간을 많이 만드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서현 수습기자 Ι imseohyeon18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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