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독립하지 않는 요즘
성인이 되고 부모로부터 자립해 사회 또는 새로운 가정에서의 설 자리를 만드는 이행 과정을 청년기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청년기에 들어 섰음에도 경제적·정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세대를 ‘캥거루족’이라고 칭할 정도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부모와 동거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 비율이 81%에 달해 OECD 36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 고용정보원 황광훈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의하면 25∼34세 청년 중 캥거루족의 비율은 지난 2020년 기준 66.0%로, 8년 전인 2012년의 62.8% 보다 3.2%p가 늘어난 비율이었다. 중앙대학교 이병훈(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취업과 경제적 자립 요건을 갖춘 후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30세 미만 청년들이 많았다”며 “현재는 대학교까지의 진학이 취업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며 독립 시기가 늦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반대학 26세 이상 입학자는 지난 2021학년도 8,435명으로 10년 전인 2011학년도에 비해 105.4% 증가했다. 이 교수는 “30대 중반 이 행기를 넘어 40대 미만까지 독립 시기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현재 청 년 이행 과정이 그만큼 더디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청년의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35~39세의 41.8%가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의 속마음
그렇다면 캥거루족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해 청년층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지는 청 년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달 2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캥거루족이 청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17.2%만이 ‘그 렇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캥거루족’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느끼 는 청년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대학생들은 ‘취업난(83.3%)’을 캥거루족의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경우 채용 문턱이 높아 이에 채용까지의 공백이 길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의 선호 직장은 대기업이 64.3%로 중소기업 선호도와 약 2배 가량 차이 났다. 더불어 취업하더라도 독립 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학생 A씨는 “요즘 물가에 독립해 월 세와 생활비를 낸다면 평생 돈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며 “캥거루족은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돈을 모아 독립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 라고 답했다. 더불어 취직해서 돈까지 벌어오는 사람을 캥거루족에 포함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
하지만 청년들의 입장 이면엔 캥거루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모 세대의 부담이 존재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캥거루족의 부모는 수입 만족도가 낮은 경향을 보이기에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노후 및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큰 것이 밝혀졌다. 이 교수는 “부모의 경우 자녀가 독립 하면 경제활동과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난 여유 있는 생활을 기대하지만, 캥거루족 자녀로 인해 기대했던 노후의 삶의 괴리에서 여러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어려움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근로능력은 있으나 지속적으로 쉬는 청년인 ‘니트족’이 늘어나는 문제를 겪은 바 있다. 2002년 당시 일본 25~34세의 실 업률은 6.4%였으며, 2003년에는 15~24세의 실업률은 10.1%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일본은 청년이 취업해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청년지원기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청년자립합숙’을 진행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정부는 취업률 향상을 위해 응시료 지원 및 청년도전 지원사업 확대 등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청년층 전반을 위한 지원은 있으나 캥거루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논의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며 “청년들의 중요한 자립 요건인 거주의 독립을 위해 청년 거주 공간을 많이 만드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서현 수습기자 Ι imseohyeon1827@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