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연구원(서울대학교)
학기가 중반을 지나며, 캠퍼스는 어느덧 익숙한 일상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대학생활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학업, 진로, 대인관계, 연애, 경제적 문제까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선택은 옳은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아마도 지금이 스스로를 조금 더 들여다볼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MBTI 같은 간단한 성격 유형 검사를 활용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 관심이 많아졌고, 그걸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도 점검해보려는 시도입니다. MBTI는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걸 출발점 삼아 조금 더 깊이 나를 알아가려는 태도입니다.
심리학에는 ‘긍정심리’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이 분야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이 가진 강점과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죠. 예를 들어, 나의 학습 방식이나 관심 분야를 점검해 진로 방향을 구체화해보거나,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의 소통 방식과 연결지어 이해해보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목표를 되짚어보며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상의 문제들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대처해보는 이런 실천들이 쌓이면, 내 삶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긍정심리는 결국,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나에 대해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기뻤는지, 어떤 일에 의미를 느꼈는지, 무엇을 할 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이해하는 데 큰 단서가 됩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헤쳐 나갈 힘도 생깁니다.
자신을 아는 일은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런 이해가 쌓이면, 선택의 순간에도 덜 흔들리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여유도 생깁니다.
그 여유가 필요할 때, 주변의 도움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상담센터(신학생회관)를 운영하고 있고,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담은 꼭 힘든 일이 생겼을 때만 찾는 곳이 아닙니다. 요즘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고, 복잡하게 얽힌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해보며, 앞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차근차근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나를 돕는 자원을 활용해보는 것도 삶의 중요한 기술입니다. 어쩌면 그 작은 실천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 중, 꽤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