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상대가 좋아하는 물건을 선물하거나 △심장 가까이 상대를 껴안거나 △마음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법이 그 예다. 하지만 여기 남다르게 사랑을 표현하는 소설이 있다. 지난 2015 년 출판된 <구의 증명>은 서로를 위한, 서로에 의한 삶을 살아가는 ‘구’와 ‘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말한다. 해당 책 은 출간 8년 만에 역주행을 이루며 지난 2023년 재출판 됐고, 이내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구와 그의 친구 담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로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친구인 ‘노마’가 교통사고로 죽으며 상실감에 빠진다. 이후 둘은 각자의 시간을 가지자며 헤 어지고, 그 과정에서 담에게 하나뿐이었던 가족인 이모마저 세상을 떠나며 뒤이어 구의 부모님도 숨을 거둔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구와 담은 다시 재회하게 되고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구는 부모님이 남긴 빚에 허덕이다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고, 결국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밤에 죽음을 맞이한다. 담은 축 처진 구를 바라보며 구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구의 증명』 中
이 소설은 주인공 ‘담’의 독백 이후 주인공 ‘구’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소설의 상단 부분에 표시된 검은색, 하얀색 동 그라미는 각각 구의 시점과 담의 시점을 표현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독자들이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든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한 동그라미 속 작가가 남긴 의도는 조금 다르다. ‘동그라미’의 의미는 주인공 구와 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하나의 거대한 순환처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구의 증명>은 우리가 ‘사랑’으로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자는 중학교 3학년 당시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처음에는 ‘식인’이라는 주제가 낯설어 왜 사랑을 표현하는 많고 많은 방법 중에 ‘식인’이라는 주제를 택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지금, 21살이 되고 다시 읽어보니 <구의 증명>이라는 제목 그대로 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은 우리가 평소에 믿고 있는 사랑의 정의와는 사뭇 다른 사랑을 전개한다. 그동안 기자는 담과 달리 얕은 사랑을 반복했고,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의 증명>을 보며 사랑이 무엇이길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상대의 모두를 이해하고 먹는 것이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구의 증명은 우리에게 ‘사랑’을 질문하고 있다.
전혜윰 기자 Ι hyeyum768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