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최근 10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흡연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제9기 2차년도(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흡연율은 2014년 43.2%에서 2022년 30.0%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흡연율을 살펴보면 32.4%로 전년 대비 2.4%p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남성의 일만은 아니다. 여성의 흡연율 역시 전년 대비 1.3%p 증가해 6.3%에 이르렀다.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 제품의 사용률마저 상승 곡선을 보이면서 국내에는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할 때가 찾아왔다.
‘담배’는 술과 함께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마약성 물질이다. 그 안에는 니코틴, 타르 등 수천 가지의 유독 물질이 함유돼 있다. 흡연은 이러한 유독 물질들을 연소시키면서 흡연자는 물론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준다. 흡연자의 경우 △폐·심혈관질환 △각종 암 △불면증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된다. 흡연 시 배출되는 담배 연기는 대기 중 유해 물질을 방출해 공기를 오염시키며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사실상 흡연은 그 자체만으로 모든 곳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
환경은 망가지는데 흡연자는 늘기만 하니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매년 5월 31일을 ‘세계 금연의 날’로 지정했다. 흡연이 국제적인 중대 사안으로 떠오른 만큼 이를 인식시키고 담배 없는 환경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WHO는 매년 전 세계 흡연자들이 담배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도록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강도 높여 경고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전담하지마’라는 금연 광고를 본 적 있는가? 흡연의 환상과 현실을 애니메이션과 실제 사람을 통해 담아낸 이 영상은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캠페인이다. 인상적인 연출과 뒤통수를 치는 반전 메시지로 많은 흡연자들에게 금연의 존재를 여실히 뽐냈다. 해외의 경우, 캐나다의 금연운동 단체 ‘쿼터 유나이트(Quitters Unite)’가 2011년 ‘The Smoker Eater’ 라는 담배 먹는 자판기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담배를 줄이면 지출도 준다는 광고를 통해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전 세계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금연을 독려하고 있다.
나 니코틴과 이별했어요
올해로 1년 차 흡연자인 기자는 담배 중독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니코틴 의존도 검사(FTND)’를 진행해 봤다. 6문항으로 이뤄진 검사에서는 하루 흡연 빈도, 담배가 가장 맛이 좋은 때 등을 물었다. 결과는 응답 합계에 따라 총 3단계로 나뉘었다. 기자는 총 10점 중 0점을 받으며 낮은 의존도를 진단 받았다. 하지만 의존도가 낮다고 해도 한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되곤 한다. 이에 기자는 세계 금연의 날에 맞춰 금연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기자는 지난 8일부터 총 4일간 금연을 시도했다. 금연 전 다양한 후기를 통해 박하사탕 ‘이클립스’의 시원함이 흡연욕을 낮춰준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에 기자 역시 이클립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금연 시도 24시간은 힘들지 않게 무난히 지나갔다. 고비는 46시간부터였다. 3일 차까지 이어진 강한 흡연욕은 머릿속에서 담배를 지울 수 없게 했고, 결국 이클립스 세 알을 한꺼번에 털어 넣으며 견뎌야 했다. 흥미롭게도 금연의 효과 역시 2일 차에 찾아왔다. △평소보다 산책이 더 상쾌하고 △식욕이 상승하며 △졸음이 몰려왔다. 이는 모두 금단 현상의 일종으로, 금연 1주 차에 흔히 겪는 현상이다. 금연 마지막 날에는 1일 차와 비슷한 수준의 흡연욕을 느꼈다. 문득 담배가 생각나곤 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이클립스 없이도 버틸 수 있었다. 니코틴 의존도가 낮은 기자임에도 4일의 짧은 금연은 쉽지 않았다. 이번 금연을 통해 담배 중독의 무서움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담배, 끊을 수 있다는 안일한 마음으로는 절대 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그 어려운 도전을 계속 이어가야 할 때다. 숨 쉬고 싶은가? 지금 바로 금연하자.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