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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향수 향이 느껴진 거야
  • 이한슬 기자
  • 등록 2025-05-19 11: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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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기도 나도 포기할 수 없으니까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로, 성인이 된 젊은이들에게 장미꽃과 향수를 선물하곤 한다. 이에 본지는 성년의 날을 기념해 향수는 물론 향이 지닌 의미와 요즘 세대가 향을 어떻게 다루는지, 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살펴봤다.


시간을 걷는 향기


 향은 꽃, 향수 따위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냄새를 뜻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코끝을 스치는 향은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특정 향을 맡으면 과거의 추억이나 감정을 떠올리곤 한다. 우연히 길에서 전 연인의 향수 냄새를 맡아 그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리는 등이 그 예다. 이는 ‘프루스트 현상’으로,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 내는 현상을 뜻한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더 확실하게 심금을 울린다’는 말이 있듯, 인간에게 냄새에 대한 기억은 오래 유지된다. 이와 같은 향은 현대인들에게 단순히 냄새 이상의 의미이다.


 향의 개념은 약 5,000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향은 자신을 꾸미고 나타내는 수단이 아닌 종교적 의미로 사용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흔히 장례에서 사용되는 ‘향’이 그 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고대 종교적 의식 및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향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와 활용 방식이 변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좋은 냄새를 풍기고, 악취를 덮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향을 다루게 되면서 향은 점차 현대의 의미를 띄기 시작했다.


향에 진심인 요즘 사람들


 향의 의미와 활용이 시대에 따라 변한 만큼 그 종류 역시 다양하다. 우리는 시중에서 △라벤더 △샌달우드 △레몬 등 여러 향을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은 향은 얻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데, 보통 ‘자연 향료’와 ‘합성 향료’로 구분된다. 자연 향료는 △꽃 △나무 △과일 등 식물에서 추출한 향료로, 장미나 로즈마리 등의 향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합성 향료는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향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재현한 향료다. 이를 통해 향이 없는 벚꽃이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용연향 등의 향이 구현된다. 실제로 판매되는 여러 향 제품은 이 두 향료를 적절히 배합한 ‘조합향료’를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료는 우리에게 찾아오기 위해 여러 제품으로 변신한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향초’다. 향초는 초에 향을 첨가한 제품으로, 심지가 타면서 은은한 향이 퍼지는 게 특징이다. 더불어 제사에서나 사용되던 ‘향’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향의 일종인 ‘인센스 스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내 생활이 길어지자 명상 또는 심신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향초와 인센스 스틱을 이용해 ‘향멍’ 트렌드를 즐기기 시작했다.


 덧붙여 향하면 바로 생각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향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지난 2019년 6,035억 원에서 2022년 약 7,930억 원으로 3년 만에 30% 이상 성장했다. 또한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코로나19로 인해 관계 단절을 경험하며 주관적이고 본능적인 소비재 ‘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외적으로 자신을 나타내기 힘들어지자 향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난 향수로 나를 말해


 향수는 그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문화를 탄생시켰다. 이는 개개인을 넘어 연예인과 기업에서도 향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했다. 오래 기억될 경험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등 향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은 콘서트마다 어울리는 향을 제조한 바 있다. 이를 공연장에 뿌림으로써 팬들은 향기를 통해 그 순간을 더 오래 추억했고, 다시 콘서트장을 찾게 됐다. 가수의 마케팅 사례를 넘어 여러 기업도 향수를 브랜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다양한 ‘북퍼퓸’을 출시해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북퍼퓸은 책에 뿌리는 향수로, 책마다 어울리는 향을 조향해 책에 더 집중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향은 이미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기억에 오래 남는 존재다. 이에 요즘 사람들은 향수를 통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의 향을 조합해 나만의 향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예로 미국의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는 본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낸 향수를 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기업에서 파는 향수를 뒤로 하고 자신만의 향수를 직접 만들게 된 것일까. 개인 맞춤형 향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즐기는 MZ세대에게 있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방에서 직접 만든 향수는 정형화된 기업의 향수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에 맞춘 향을 제공한다. 나만의 향이라는 유일성과 기업의 제품보다 더 세부적인 이미지 구축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최근 향수 공방의 인기가 오르는 등 개인 맞춤형 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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