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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본성의 민낯을 간결하게
  • 임서현 수습기자
  • 등록 2025-05-06 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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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쾌감은 공포의 대상이 만들어낸 불쾌에서 전이돼 발생한다. 이는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판단력 비판>에서 설명한 ‘숭고’로, 대상을 표상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부정의 감정에 존경심이 포함된 정서다. 예를 들어 너무나 모순적이며 복합적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추악한지를 정의할 수 없음에 숭고를 느끼곤 한다.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하드보일드’ 소설 역시 숭고를 불러일으킨다. 하드보일드소설의 대표작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욕정과 탐욕으로 가득한 미국 사회를 냉철하게 포착해 인간 본성의 민 낯을 드러낸다.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인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영감을 얻었다고 밝힐 만큼 이 소설은 심미적 깊이가 특징인 미국 고전 문학의 정수이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이야기는 주인공 ‘프랭크’가 한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 ‘닉’과 그의 아내 ‘코라’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첫 만남에 코라에게 매력을 느낀 프랭크는 적극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끝내 두 사람은 열정적인 관 계로 발전한다. 그들은 닉의 재산을 획득하기 위해 살해 계획을 세우고 그를 살인하는 데에 성공한다. 모순적이게도 그들은 이 과정에서 단단해지는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계획이 철저했던 탓에 오히려 검사의 의심을 사게 되고,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법정에서 서로에게 불리한 발언을 하고 만다.

 

“악마가 우리와 함께 침실로 가는 거야. 여봐, 당신과 날 믿고 악마는 아주 잘 자고 있어”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中 

 

 이 소설은 1927년 ‘루스 스나이더’가 불륜남 ‘그레이’와 모략해 남편인 ‘알버트 스나이더’를 살해한 실제 사건을 연상 시킨다. 실업률이 치솟고 수많은 사람이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사투를 벌인 당시의 미국을 반영한 해당 책은 인간의 △탐욕 △배신 △욕망에 대한 잔혹한 탐구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탐색한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우리의 추악한 민낯을 적나라하고 담담하게 드러냄으로써 외면하고 싶은 인간 의 본성을 폭로한다. 서로의 사랑을 위해 살인을 저질렀던 프랭크와 코라지만, 검사의 끈질긴 의심으로 진실에 가까워 지는 순간 법정에서 서로를 배신하는 전개는 불쾌함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 을 뿐’이란 말이 있듯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망설임 없이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인간임을 말해주는 것 만 같았다. 한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살인이 사랑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믿다가도 한순간 배신해 버리는 인간에게 타인이란 어떤 의미인 것인가. 이토록 허무하고 모순되기에 인간으로서의 삶은 숭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임서현 수습기자 Ι imseohyeon18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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