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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려와 의무에서 고민할 때 ‘의식’해 보자
  • 김세은 기자
  • 등록 2025-05-06 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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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까지 기자는 매일 같이 통학 하며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했다. 특히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엔 출근 시간대와 겹쳐 지하철이 늘 붐볐다. 앉을 자리는 거의 없었고, 한 시간 남짓 되는 거리를 매번 서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바로 ‘교통약자석’이다. 이는 다른 일반 좌석들과는 다르게 노란색 혹은 보라색 등 눈에 띄는 색으로 구분된 자리로 1980년 서울지하철 출범 당시 ‘노약자 지정석’으로 시작해 2007년에는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교통약자석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빈자리가 반드시 교통약자를 위한 공간으로 존중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비어있는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는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교통약자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8월에 접수된 교통약자석 월평균 민원은 14.9건으로 전년도 11.3건보다 약 31.9% 상승한 수치였다. 또한 1월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1%가 교통약자석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가 있다. 그러나 만 65세 이상을 제외한, 만 18세~64세 응답자 중 51%가 교통약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교통약자석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좋은 취지로 만든 교통약자석은 아직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혼잡할 때는 교통약자석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사람이 많을수록 빈자리를 찾기 힘들고,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는 분위기 자체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을 넘어서 강요돼야 하는 것이 맞다. 이는 단순한 법적인 문제를 떠나 사회적 양심이자 도덕의 문제다. 우리는 언

제나 그 좌석을 단순한 지정석이 아님을 ‘의식’해야 한다. 교통약자들이 언제 어디서 함께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어떨까. 도리어 우리 자신이 교통약자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작은 의식에서 나온 자리 비움이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언젠가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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