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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드르륵 한 번에 설렘 한 스푼
  • 김세은 기자
  • 등록 2025-05-06 15: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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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방구 뽑기에서 이제는 MZ대표 문화 콘텐츠로
문방구 앞에서 500원으로 시작된 뽑기. 이제는 ‘가챠’라는 이름으로 MZ세대에게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 가챠샵까지 생기며 많은 사람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본지는 가챠의 인기 원인을 자세히 알아보고 가챠샵을 직접 방문해 봤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너의 정체

 

 레버를 돌리면 ‘짠’하고 나타나는 캡슐. 흔히 아는 ‘뽑기’와 같은 ‘가챠’는 작은 기계에서 나는 금속음이나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뜻하는 일본어 의성어 ‘가챠 가챠(がちゃがちゃ)’에서 온 말이다. 일본어에서 비롯된 만큼 일본을 기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검볼 자판기가 가챠의 원조다. 일본에서는 1965년 처음으로 나타났으며 당시 일본의 검볼 자판기 안에는 껌과 같은 간식 대신 소형 장난감, 완구 등이 담긴 캡슐이 들어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지금 가챠의 개념이 확립됐다. 특히 1983년, 소년만화 잡지 ‘소년점프’의 인기만화 ‘근육맨(キン肉マン)’이 인기를 끌면서 만화의 지우개 시리즈를 가챠로 출시했다. 이에 따라 점차 가챠 열풍이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1980년대 초에 뽑기라는 이름과 함께 문방구 게임기의 형태로 가챠가 도입됐다. 그 시대에는 약 500원의 이하의 가격대로 작은 딱지, 반지 등을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챠의 가격과 품질이 크게 변화했다. 최소 2,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며 복잡하게 생기거나 인기가 많은 상품은 7,000원의 가격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캐릭터 피규어부터 라면, 버스 하차벨 등 특이한 모양의 피규어 및 키링도 가챠로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과거부터 뽑기 및 가챠는 어린아이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지만, 어른들은 이를 사치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2030세대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OTT 서비스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과 관련돼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 만화웹툰·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도 OTT를 통한 애니메이션 이용은 전년보다 1.3%p 증가한 63.0%였다. 이에 힘입어 일본 애니메이션 시청자 중 굿즈를 찾는 사람은 전년 대비 2.0%p 증가한 95.7%로 나타났다. 다양한 연관산업과 연계한 캐릭터 IP 확장 활성화 덕분에 가챠 역시 이러한 애니메이션 굿즈 마케팅 방법을 통해 인기를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랜덤’이라는 독특한 매력으로 가챠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가챠를 뽑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뽑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느낀다. 또한 자신이 갖고 싶은 상품이 나올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챠 중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테마에

있는 상품을 다 모으려고 하는 ‘수집’의 매력이 있기에 사람들은 더 많이 투자한다.

 


지갑은 울고 마음은 웃게 하는 매력


 과거에는 문구점이나 가게 앞 등 눈길을 끌기 위한 몇 개의 가챠폰들만 보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오로지 가챠만을 즐길 수 있는 가챠샵이 생겼다. 가챠의 종류가 다양해 애니메이션 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가볍게 놀러 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에 기자는 이러한 인기를 체감하고자 잠실에 위치한 ‘반다이 오피셜 숍’에 방문했다.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가챠폰이 기자를 맞이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기자의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무엇을 뽑을까 고민하던 중 평소 취미와 관련이 있는 전자 피아노 가챠를 향해 직진했다. 가챠폰 위에 전시해 놓은 실물 역시 실사와 유사해 7,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뽑기로 결정했다. 과거 동전을 넣고 돌리는 뽑기와 다르게 시대에 맞춰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카드를 넣고 레버를 ‘드르륵’ 돌리니 노란색의 캡슐이 뚝 떨어졌다. 빠르게 캡슐을 열어보니 작은 전자 피아노 피규어에는 오목조목하게 버튼과 건반들이 들어가 있었다.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와 뽑을 때의 큰 설렘 덕분에 비싼 가격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와닿진 않았다. 이 기세를 몰아 기자는 3개의 가챠를 더 뽑았다. 모두 합치면 2만 원이 넘는 돈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상품이 나와 후회는 안 됐다. 그렇게 기자는 몸소 가챠의 중독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돼 버린 가챠. 기업들도 가챠를 통해 마케팅을 하며 시대에 발맞춰 가고 있다. 과거에도 지금도 모두의 마음을 가져간 가챠의 매력을 알고 있는가. 바쁜 일상 속 가챠의 작은 설렘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자.

 

글·사진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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