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면 늘 그렇듯 도서관과 강의실을 오가는 하루가 반복된다. 기자는 첫 중간고사를 위해 매일 같이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다 함께 자습실에 모여 공부를 하기도 하고 반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며 시험기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대학에 온 지금은,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학과 친구들과 같은 과목 수업을 듣는다 하더라도 교수님이 다르거나 요일이 달라 각자 공부하는 양이 천차만별이다.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시험을 홀로 준비한다는 생각에 점점 외롭고 지쳐갔다. 첫 시험인 만큼 더 잘 봐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에 스치는 봄기운도 애써 모른 척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 회의감에 빠진 적이 있다. 그날은 너무 힘들었기에 일찍 공부를 마무리하고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렇게 땅만 보면서 걸어가다가 갑자기 환해진 시야에 고개를 들어보니 기자의 눈앞에 긴 벚꽃길이 펼쳐졌다. 활짝 핀 벚꽃을 보니 다시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즐겼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와 친 구들은 시험이라는 무게보다 서로와 계절의 아름다움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새햐얀 벚꽃길 을 걷다 보니 나는 그 시절의 따뜻한 공기와 웃음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꽃잎들과 함께 스쳐 간 추억은 잠시나마 기자를 지친 일상에서 꺼내 잊고 있던 감정을 마주하게 했다. 바짝 긴장했던 몸과 지치고 외로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벚꽃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애써 모른척한 봄날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이후로 기자는 봄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졌다. 4월이 그저 중간고사가 아닌 휘날리는 벚꽃잎 아래 과거와는 또 다른 봄날의 추억이 기억될 순간이라는 것을. 아마 앞으로도 벚꽃이 피는 봄이 되면 기자는 이날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첫 시험의 무게 속에서도 잠시 고개를 들게 해준 그 풍경이 앞으로는 내 마음속에 남아 정신없는 순간에도 기자에게 따뜻함을 안겨줄 것이다. 벚꽃은 때가 되면 지지만 그날 벚꽃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을 테니까.
글·사진 이지효 수습기자 | delawsly@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