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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가벼운 교류에서 번져가는 따뜻함
  • 이지효 수습기자
  • 등록 2025-05-06 14: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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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소한 순간이 마음을 움직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며 소통은 간편해졌지만 감정적 교류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가볍게 감정을 나누는 ‘스몰 스킨십(Small Skinship)'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스몰 스킨십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얼굴을 마주하던 시간은 사라지고 


 요즘 SNS와 같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굳이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일상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문 자 △사진 △영상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언제 어디서나 연락이 가능하다는 편리함을 제공했고 점차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소통은 일상이 됐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에 의하면 매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단어의 수가 2005년에서 지난 2018년 사이 20% 감소했다고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의 여파로 특히 MZ세대는 비대면 소통에 더욱 익숙하다. 뿐만 아니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접 만남을 선호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약 11% 하락했다. 실제로 소통의 한 부분인 대화조차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 전화 통화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콜 포비아(Call Phobia)’ 증상도 대두됐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대면 소통의 중요성은 서서히 사라졌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감정을 교환하는 소중함을 간과하게 됐다.


 대면 소통이 줄어들기 시작한 건 싸이월드와 인터넷 홈피가 전성기였던 시절부터다. 사진 한 장, 짧은 글귀 하나에도 마음을 담아 올리던 그때, 비록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화면을 통해 작은 교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시간이 흘러 SNS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상대방과 연결된 것 같은 착각을 받았다. 사진과 글만으로도 충분히 소식을 주고 받아 마음을 나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비대면 소통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직접 만나는 일에 점점 더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 대면 소통의 부재와 디지털 환경 속 생활의 적응은 진정성 있는 감정을 교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했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직접 느낄 수 없었던 탓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에게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닌 특별한 행위 로 여겨지게 됐다. 이에 따라 가볍고 소소한 대면 소통 트렌드가 등장 했는데, 이를 ‘스몰 스킨십(Small Skinship)’이라고 한다.


익숙하지 않아 더 특별한 교류 


 스몰 스킨십은 단순한 신체적 접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small(작은)’과 ‘skinship(감정적 교류)’의 합성어로, 소소하지만 진심 어린 교감을 뜻한다. 이는 단순한 만남이나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소중한 순간을 의미한다. 최근 일본 하라주쿠의 ‘친구가 하는 카페’가 SNS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해당 카페의 특징은 점원이 손님에게 오랜 친구처럼 반말로 말을 걸어오며 자연스러운 친밀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영월 ‘<소통의 집> 카페스몰토크’라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북 콘서트,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특징은 낯선 이들과의 소통을 친근하게 풀어내며 색다른 감정을 자극한다. 스몰 스킨십은 의도적으로 길고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상대방과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굳이 데이’, ‘랜덤 여행’처럼 일부러 불편을 감수하고 낯선 상황을 즐기는 트렌드가 인기를 얻은 것과도 비슷한 현상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대면으로 교류하고 잊었던 감정들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색 공간에서 만나는 스몰 스킨십 


 트렌드에 따라 스몰 스킨십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관객 참여형 공연부터 콘셉트 카페, 혼술바까지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소통을 시도하며 일상에서의 소소한 교류를 끌어내고 있다. 이는 스몰 토크를 주목적으로 방문해 원하는 만큼만 대화를 즐기도록 한다. 그렇기에 예측 불가능한 흐름의 대화가 두려워 소통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스몰 스킨십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곳은 바로 ‘뮤지컬 펍’이다. 뮤지컬 펍은 관객에게 배우와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뮤지컬 펍에서 배우들은 관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져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즉흥적인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와 같은 작은 소통, 즉 스몰 스킨 십을 통해 공연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특별한 기억을 남길 수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공간은 ‘혼술바’이다.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는, 바텐더가 손님끼리의 스몰 토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 며 낯선 이들 사이의 어색함을 풀어준다. 특별한 의무감 없이 가볍게 스쳐 가는 대화 속에서 사람들은 오래 잊고 있던 대면 교류의 따뜻한 감정을 다시 발견한다. 이렇듯 스몰 스킨십은 바쁜 일상과 디지털 소통에 지친 사람들에게 대면 교류를 통해 다시금 소소한 감동을 되찾아 주며 잊고 있던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작은 시작점이 되고 있다.


이지효 수습기자 | delawsly@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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