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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진 세상] ‘불법’체류자라는 이름 속에 감춰진 이들의 뒷모습
  • 정예은 기자
  • 등록 2025-05-06 14:50:53
  • 수정 2025-05-06 17: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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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울한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전 세계적으로 불법체류자는 5,000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1명이 불법체류자일 정도로 그 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억울하게 불법체류자가 된 이들까지 노동을 착취당하고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인하대학교 정영태(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및 미등록아동지원센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법체류자의 처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불법체류자 40만 시대, 본격 단속 시작

 

 불법체류자는 비자나 체류 허가 없이 한국에 머무르는 외국인을 뜻한다. 지난 2020년 기준 이민자는 세계적으로 약 2억 7,000만 명이며 그 중 위법 이민자는 약 5,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가 발표한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 2023년 43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월 기준 39만 7천만 명으로 줄었으나 전체 국내 거주 외국인 대비 불법체류자의 비율은 15.0%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지난 2023년에 처음으로 수립한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은 올해 추진 3년 차를 맞아 지난달 14일 정부 합동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범정부적 차원의 다각적인 대응을 위해 △법무부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등 5대 부처의 협력으로 강제퇴거 및 입국 금지 등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건설업·택배 등 국민 일자리 잠식 업종 및 불법입국, 취업 알선 브로커 등 체류 질서를 문란케 하는 출입국사범이 중심 대상이다.

 

 본지는 불법체류자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인하대학교 대학원 이민다문화정책학과 교수로서 활동 중인 정영태(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불법체류자의 종류를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경을 넘어온 불법 입국자 △비자 발급 당시 제출한 목적(취업, 관광 등)과 실제 체류 목적이 다른 허위 체류자 △정식 비자를 발급받았으나 허용된 체류 기간이 끝난 체류 기간 초과자 총 3가지로 분류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이유로 “불법 입국자의 해당하는 외국인일 경우 마약 배달, 인신매매 주선과 같은 심각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안전 보호를 가장 먼저 꼽았다. 더불어 “건설업체의 경우 일용직이 많아 낮은 시급으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어 사회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체류자의 오해와 현실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외국인 체류자의 범죄율은 전체 범죄 건수의 3%에 불과했다. 또한 일부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관광·단기방문 비자(F-1, C-3)나 단기취업(E-9) 비자를 갖고 있던 사람들은 출국일을 놓치거나 체류 연장을 신청하지 못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미등록 상태가 된다.

 

 심지어 작년, 고용노동부는 전국 외국인 노동자지원센터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며 노동자들의 발길은 끊기고 센터 직원들은 실직했다. 센터의 서비스에 의존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동자지원센터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 소통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정착을 위해 △고충 상담 △갈등 중재 △민원 처리 △한국어 교육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신분 노출 우려로 인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불법체류자의 경우 임금 문제나 강제노동 등 부당한 대우를 이곳에서 해결해 왔다. 정 교수는 “외국에 살아보면 지원센터의 도움은 절실히 필요하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체류자격 없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을 시 자녀도 출생이나 거주 사실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하기 어려워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분류되는 현실 또한 심각한 문제로 언급된다. 미등록 이주아동이란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으로서 합법적인 체류자격이 없는 18세 미만의 아동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 수는 최대 2만 명으로 추산된다. 본지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사단법인 미등록아동지원센터의 은희곤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은 대표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외국인 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기에 △교육권 △건강권△ 사회보장제도 등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법적으로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간주해 언제든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은 대표는 실제로 부모가 파키스탄인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한 아이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음에도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추방돼 본국으로 송환된 사례를 언급했다.

 

외국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고용허가제

 

 정 교수는 ‘외국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고용허가제’를 문제로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2004년부터 내국인을 구하지 못하는 농어촌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합법적 비전문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인력 송출 협약을 맺은 해외 16개 국가의 50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일할 노동자를 선발한다. 이후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근무지를 지정해 준다. 결국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선택할 권한조차 없는 것이다. 더불어 직장을 옮길 수도 없다. 정 교수는 “현재 국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주의 문제가 있을 때만 사업장 이동을 허가하고 있다”며 문제를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 법과 제도의 이해가 낮기에 노조나 단체의 도움 없이 사업주의 잘못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 또한 일부 고용주들은 ‘신고하면 비자 연장을 안 해주겠다’는 식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불안정한 체류 신분인 이들은 불이익과 보복이 두려워 묵묵히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불어 제도의 빈틈으로 인해 이들은 임금체불 문제까지 겪고 있다. 은 대표는 “실제로 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한국에서 20년가량을 일했으나 5,000만 원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그는 현재 불법체류자에 대한 엄격한 단속으로 억울하게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감금돼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월 216만 원의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준수만을 규정할 뿐 성과급이나 승급 별 차등 임금에 대한 명시 규정이 없다. 그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봉급 인상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은 대표는 “20년을 근무했다고 하더라도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는 이상 1년을 일한 사람과 같은 월급을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루하루가 불안한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해

 

 자기의 의지가 아닌 제도와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불법체류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문제가 불거지자 많은 시민, 인권 단체들은 권리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12일 미등록 이주아동의 구제대책 및 제도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무부는 지난 202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한시적 구제 대책을 시행했으나 지난 3월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홍보 부족 △과도한 범칙금 △출입국 외국인청의 부정확한 안내 등을 문제로 언급했다. 특히 미등록 아동의 체류 범칙금은 부모가 부담하며 1인당 9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감당해야 했다. 그로 인해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그의 결과로 제도를 통해 체류자격을 얻는 아동은 1,163명에 불과했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 3월 20일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을 3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대학에 진학해야 유학 비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앞으로는 구직이나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하지만 은 대표는 “행정지침 수준의 한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이후 다시 3년 동안 이주아동과 그 가족들은 항상 추방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24세 이하 청년 가운데 18살이 되기 전 국내에서 7년 이상 거주 및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만 자격이 부여된다. 이는 체류 연장 요건이 여전히 까다로움을 보여준다. 은 대표는 임시 조치가 아닌 이주아동의 인권 보장을 위한 ‘상설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울한 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한국이 되길

 

 전문가들은 △정규화 경로 마련 △인도적 목적의 합법화 △특별 체류 허가 등 누구를 어떤 조건으로 체류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 교수는 불법체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기독대학교 황미경(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관련 논문을 통해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는 시민 자격과 정체성에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체류자로 규정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이유에 근거해 지난 2022년 무소속 김흥걸 의원은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불법체류자’ 용어를 ‘체류자격 위반자’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중대 범죄자가 아닌 이상 불법체류자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강조했다. 끝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담으로 여겨 강제적으로 추방하는 것이 아닌 이들을 교육해 우리나라의 국민으로 성장시킨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의도적 이주민뿐만 아니라 기간만료, 미등록 이주 아동 등 억울하게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 또한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까지 불법체류자로 치부해 기본적인 혜택조차 제공하지 않는 중이다. 이에 특별 체류 허가, 인도적 목적 합법화 등 제도적 개선 모색이 필요한 때다.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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