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자는
안녕하십니까, 경기대신문 독자 여러분. 신문편집국에서 보도팀장 겸 문화팀 정기자로 활동 중인 인문대학 일어일문전공 24학번 이한슬입니다. 기자는 움직이는 것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집순이’를 넘어 속히 말하는 ‘귀차니스트’가 기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 같이 집에 틀어박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기자에게 있어 가장 확실한 행복입니다. 그래서 취미마저 주로 집 안에서 적게 움직이는 활동으로 영화 보기, 공예 등을 두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자에게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활동성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산책입니다. 그중에서도 ‘밤 산책’은 매일 밤 기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어두운 하늘 위, 떠오른 달을 벗 삼아 즐기는 밤 산책은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기자에게도 부담 없는 운동이자 순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취미입니다.
산책 UP! 산책 UP!
기자는 주 3회 정도 밤 산책을 즐기곤 합니다. 밤 산책에 필요한 준비물은 오직 세 가지입니다. △편안한 신발 △핸드폰 △이어폰, 이 세 가지 준비물만 갖췄다면 어디에서나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편안한 복장으로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걸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발이 닿는 곳 어디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기자는 주로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부터 시작해 인접한 단지까지 두 곳을 이어 크게 돌곤 합니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돌면 대략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이는 짧은 시간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코스입니다.
산책은 운동을 싫어하는 기자마저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상념에서 벗어나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생각이 많고 감정 기복이 심한 기자에게 산책은 순간을 다스리는 힘을 줍니다. 세상에 치여 고단했던 마음에 작은 힐링이 되는 것이죠. 또한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은 낮보다 더 큰 상쾌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열이 많은 기자에게 밤은 마음껏 세상을 누비며 걸을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기자가 유독 밤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운동인 듯 운동 아닌 너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중학교 3학년, 기자에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30분 이상을 걷는 체육 과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침대 밖은 위험해’를 모토로 살아간 기자는 이를 그저 귀찮은 일로 여겼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처음 과제를 수행한 그날, 산책을 향한 기자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과제 제출을 위해 산책을 기록하면서 ‘오늘은 얼마나 더 걸어 볼까’, ‘같은 거리를 조금 더 빨리 걸을 수 있지 않을까’하며 목표 의식을 얻었습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 것이죠. 특히 밤공기를 마시는 순간 전에 없던 자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후 밤 산책은 기자의 하루 중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 잡으며, 과제가 없음에도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서게 했습니다. 그렇게 주 5회 정도 홀로 즐기던 밤 산책이 습관처럼 남아 10kg이 넘는 체중 감량까지 이어졌습니다.
기자에게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해방이라는 단어를 몸소 느끼게 해준 산책은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안식처와 같습니다. 시원한 공기 속에서 깊게 숨을 들이쉬면 그때만큼 상쾌한 순간이 없습니다. 귀찮음으로 운동을 안 하는 기자의 건강마저 챙겨주니 이보다 좋은 취미가 없죠.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요즘은 더더욱 소중함을 느낍니다. 단순 운동이라고만 생각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루의 피로를 짧게라도 풀어본다는 생각으로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한 번 시원하게 걸어봅시다.
글·사진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