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날 다시 사랑하게 될 거야
현재 SNS상에서 ‘약과’ 등 전통 한과가 유행하고 있다. 전국적인 약과 유행의 시작은 지난 2021년 유튜브 채널 ‘여수언니 정혜영’이 ‘장인한과’의 약과를 극찬하는 영상에서 비롯됐다. 해당 영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먹방 유튜버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약과를 먹는 콘텐츠가 확산됐다. 이에 사람들은 약과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유명 약과를 먹은 후 이를 인증하거나 직접 약과를 만드는 등 SNS에는 ‘약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유명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했고, 약과 구매는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했다. 약과와 티켓팅을 합친 ‘약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당시 G마켓에 따르면 약과는 전년 동기 대비 1월 첫 주 판매량이 54% 증가하며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이후 약과의 인기에 힘입어 ‘개성주악’ 등 다양한 전통 한과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금귤을 설탕에 절여 만드는 ‘금귤정과’까지 유행하며 이를 간단하게 만드는 레시피가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이 신상이 되는 순간
한과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그 중심에는 ‘할매니얼’ 트렌드가 있다. 할매니얼은 ‘할매’와 ‘밀레니얼(Millennial)’의 합성어로,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옛날 음식이나 옷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한다. 흑임자, 인절미 등 일명 ‘할매 입맛’의 식품부터 꽃무늬 카디건 등 빈티지한 ‘그래니룩(Granny Look)’ 등이 이에 해당한다. MZ세대에게 과거의 문화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로 다가온다. 그래서 한때 촌스럽게 여겨진 것들이 오히려 처음 경험하는 특별한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며 ‘힙’하다고 여겨진 것이다. 전통 한과 역시 과거의 것인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이 굳이 찾지 않는 디저트였으나 할매니얼 트렌드의 영향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전 세대의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요즘의 색을 담아내는 움직임이 더해져 한과는 더욱 대중과 가까워졌다.
한과는 자극적인 달콤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서양 디저트와 섞여 다양한 형태로 출시됐다. 지난 2023년 CU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 ‘이웃집통통이’와 콜라보한 약과 쿠키를 출시했다. 이는 판매 시작 5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 개가 완판되며 약과의 인기를 증명했다. 이를 기점으로 카페, 편의점 등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곳 어디에서나 약과 디저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개성주악의 경우 유행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개성주악 전문점이 생겨났다. 이러한 전통 한과는 현대적으로 해석돼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많이 달지 않아 좋아요
한과의 인기가 높아지자 다양한 한과를 맛볼 수 있는 ‘다과 카페’가 입소문을 타며 사람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기자 역시 전통 한과를 맛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 ‘한과와락’에 방문해 봤다. 모던한 외관과 상반되는 한옥 느낌의 내부가 한과를 향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떡케이크, 항아리젤라또 등 서양과 한국의 조화가 눈에 띄는 이색 디저트들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말 호기심을 품게 했던 건 옛 왕조에서 먹던 전통 한과 모둠 ‘소반상’이었다. 소반상은 △개성주악 △약과 △금귤정과 등 총 6가지의 전통 한과로 구성돼 있었다. 기자는 음료와 함께 소반상을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았다.
기자는 현재 가장 관심받고 있는 금귤정과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젤리처럼 쫀득한 식감의 정과에서 상큼한 금귤의 향이 한껏 느껴졌다. 설탕에 졸였는데도 단맛이 적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상주 곶감 단지·말이는 견과류를 감싸는 곶감의 맛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외에도 약과, 딸기정과 등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의 한과들이 기자의 눈과 혀를 사로잡았다. 자극적인 시판 과자와 달리 은은한 달콤함을 즐길 수 있는 한과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을 지녔었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MZ세대에게 한과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한과, 지루하다고만 여겨진 옛것이 트렌디한 새 문화로 탈바꿈했다.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쳤던 옛 문화가 어쩌면 전에 없던 특별함을 전해줄지 모른다. 주변을 둘러보자. 가까우면서도 낯선 문화가 새 단장을 준비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