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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조]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 술 한 잔과 함께 즐겨요
  • 이한슬 기자
  • 등록 2025-05-06 14: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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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똑같은 일상 같지만 특별해 너와 함께면
앞선 지면에서는 요즘 세대가 주목하는 새로운 소통 트렌드, '스몰 스킨십(Small Skinship)'에 대해 알아봤다. 이어서 본지는 스몰 스킨십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유사길 혼술바'에 직접 방문해 그 현장을 담아봤다.


혼자 왔어요?


 ‘유사길 혼술바(이하 유사길)’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바(Bar)다. 여기서 혼술바는 과거 ‘혼자 술을 마시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혼자 온 사람끼리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명칭에 걸맞게 유사길은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주 8회 ‘유사길 시그니처 모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자 역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가볍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곳, 유사길로 향했다. 기자는 평소 새로운 사람과 대면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몇몇 사람들처럼 전화를 불편하게 여기는 콜 포비아 증상도 있었다. 본래 내향적이었던 성격이 코로나19로 집안에서만 생활하게 되자 더욱 소심해져 비대면 소통에 점차 익숙해졌다. 이에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이동하는 동안 무척 심란했다. 한편으로는 요즘 사회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일이라는 생각에 혼술바를 향한 기대가 부풀었다.


너에겐 벽이 느껴져, 진짜 벽

 


 설렘을 품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유사길의 문이 보였다. 초인종을 눌러야 문을 열어준다는 안내 문구에 긴장이 등줄기를 스쳤다. 떨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러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ㄷ자’ 형태의 바 테이블이 있었고,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서로를 힐끔거리며 차마 말을 걸지 못해 어색함만이 흘렀다. 오후 7시가 넘어 총 12명의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고 나서야 침묵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술을 주문하면서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기자 역시 옆에 있던 다른 손님들과 스몰 토크를 주고 받았다. 또한 공통된 주제로 이곳에 왜 왔는지를 대화 나눌 수 있었다. 대부분이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다고 해 색다른 경험이 될 거 같아 왔다’고 답했다.


 어색한 대화를 나누던 중 모든 사람의 술이 나오자 직원은 바 테이블 안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작은 역시 자기소개였다. △이름 △직업 △사는 곳 △오늘의 TMI를 돌아가며 이야기했다. 낯선 사람들의 소개를 듣는 것이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했다. 자기소개가 끝나면 이후 있을 게임을 위한 대화를 나눴다.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그 주제를 생각하느라 머리에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대화가 오고 가자 어색함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설렘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느덧 바에는 웃음소리와 함께 소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손에 손잡고 2차 가야지



 소란스러움이 가라앉고, 직원의 진행에 따라 게임이 진행됐다. 바로 ‘짝꿍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라는 주제였다. 화이트보드에 직원이 내는 10문제의 답을 적었다. 짝꿍의 혈액형부터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지 등 친한 사이에서만 답변이 가능한 문제가 기자의 손을 멈추게 했다. 문제를 모두 풀고 답변을 맞춰 보면서도 옆 사람과 가볍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게임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뽑기를 통해 자리를 바꾸며 멀리 앉은 사람과도 대화하게 됐다. 이제 바에 있던 모두는 직원의 도움 없이도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 더 이상 어색함은 없었다. 예정된 3시간이 지나고 바를 나섰지만 사람들은 각자 집이 아닌 함께 2차를 떠날 만큼 친밀해져 있었다.


 함께 가고 싶었지만 기자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낯가림이 심한 기자가 모르는 사람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헤어짐을 아쉬워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새로운 사람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순간이 무척 특별하게 다가왔다. 비대면 소통이 익숙해지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언제나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직접 새로운 만남 속으로 뛰어들어 스몰 스킨십을 경험하니 그동안의 기피가 안타까울 만큼 즐거웠다. 특별한 경험을 위해 스몰 스킨십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척 이해할 수 있었다.


 초면인 사람과의 대화가 어렵거나, ‘굳이?’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사람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 누군가와의 새로운 만남은 삶에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다. 가벼워도 좋으니 일단 소통해 보는 것은 어떨까.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앞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글·사진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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