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보컬 실력과 독보적인 음색으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여성 아티스트를 생각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특유의 감성으로 주목받는 가수 ‘선우정아’는 2006년 1집 《Masstige》를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해 현재 한국 대표 재즈 보컬리스트로서 다양한 공연과 앨범 참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앨범은 정규 3집 《Serenade》로, 한국대중음악상 18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으로 선정됐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 <도망가자>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웅장한 현악으로 절정을 휘몰아치는 발라드 곡이다. 이는 위로를 건네는 듯한 가사와 호소력 깊은 음색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Serenade》 이후 약 5개월 만에 발매한 음반은 지난 2020년 발매된 싱글 음반 《뒹굴뒹굴》이다. 타이틀 곡 <뒹굴뒹굴(Idle Idle)>은 누구나 경험하는 ‘번아웃’ 상태를 어둡게 표현하지 않고 가벼운 게으름으로 묘사한다. 익숙한 재료들을 다양하게 버무려서 또 하나의 재미있는 밸런스를 만들어 내는 선우정아인 만큼 이 곡 또한 어쿠스틱 팝(Acoustic Pop)과 힙합(Hip Hop)이 섞인 듯 어우러진다. 거기에 포크(Folk) 분위기가 물씬 올라오는 것도 매력이다. 해당 곡은 귀여움과 게으름 사이에 콕콕 박힌 허무함들이 반짝이는, 선우정아의 표현력을 느낄 수 있다.
“뒹굴뒹굴 데굴데굴 하루를 종일 한 자리에서”
『뒹굴뒹굴』 中
이 곡은 특히 가사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으로, 많은 이들이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센스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상에 자리한 지침과 무기력함을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게 표현해, 귀엽고 유머러스한 느낌의 가사로 호평을 받았다.
기자는 한창 입시를 준비할 당시, 입시 결과가 나온 후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하지만 정작 입시가 끝나자 오히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운동 △여행 △독서 등을 하며 마음껏 자유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자신이 한심했다. 부지런하게 하루를 채워나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활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온종일 침대에만 누워 생활하는 그야말로 소가 따로 없었다. 그때 그저 뒹굴뒹굴거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이 곡의 가사를 들으니 너무나 반가웠다. 처음엔 항상 기자가 하던 생각이 그대로 흘러나와 소름이 돋았고, 들으면 들을수록 위로를 받았다. 압박과 기대가 가득했던 한 챕터를 마치고 지친 기자에게 잠시 쉬어도 된다고 해주는 느낌이었다. 곡은 모든 열정을 태운 뒤에는 또다시 무언가 이뤄낼 에너지가 남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가만히 누워 있고 싶은 날도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번아웃’ 때문에 무기력한 이들은 <뒹굴뒹굴>을 들어보자. 아무것도 안 하는 지금은 열심히 달려온 보상으로 조금의 휴식이 찾아온 시기일 뿐일지도 모른다.
임서현 수습기자 Ι imseohyeon1827@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