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재생 버튼
‘귀벌레증후군(Earworm Syndrome)’은 특정 △음악 △노래 △소리가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본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짧고 반복적인 멜로디, 가사 조각이 머릿속에서 지속적으로 맴돌며, 이는 사람마다 그 빈도와 강도가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일시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몇 분에서 몇 시간 동안 그 증상이 지속되는 것에 그친다. 귀벌레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주로 음악적 자극과 관련돼 있다. 사람이 특정 음악을 들을 때, 그 가사나 멜로디는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다. 이 기억은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뇌에서 일시적인 반향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마치 그 음악이 계속 귓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나 감정적인 변동도 귀벌레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2001년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에서 “사람들은 기억하기 쉬운 음악을 들을 때 해당 음악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뇌의 기억과 관련된 부분인 해마가 이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ADHD, 조용해지고 싶어
귀벌레증후군은 단순히 귀에 맴도는 소리 이상의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 2020년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중 귀벌레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의 비율은 일반인에 비해 54%가 높다. ADHD는 신경 발달 장애로, 주의력과 집중력이 낮고 충동적인 행동이 잦은 것이 특징이다. 이에 일상생활에서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며 다양한 외부 자극에 민감해진다. 지난 2018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팀은 ADHD를 가진 어린이들이 음악을 듣고 난 후 그 음악을 더 자주 기억하고 반복해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ADHD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음악의 반복성을 더 민감하게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는 ADHD 환자들이 외부 자극에 대해 더 민감하다는 증거로, 귀벌레증후군의 발생 빈도가 일반인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0년 존스홉킨스대학교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DHD 환자들 중 귀벌레증후군을 경험하는 환자의 비율이 일반인보다 약 30% 더 높다. 이러한 연구들은 ADHD가 귀벌레증후군의 빈도와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귀벌레증후군과 이별하는 길
귀벌레증후군은 그 자체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다른 일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 있다. 특정 소리 나 음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된다면, 그 반복적인 생각을 멈추기 위해 다른 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을 읽거나 △새로운 음악을 듣거나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이하 CBT)는 귀벌레증후군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하버드 심리학 연구팀은 CBT가 귀벌레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CBT는 반복되는 생각을 제어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가 있다. 특히 ADHD를 동반한 귀벌레증후군의 경우, ADHD에 대한 약물 치료가 귀벌레증후군을 완화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9년 케이스웨스턴리 저브대학교의 연구팀은 “ADHD 약물 치료가 귀벌레증후군의 빈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DHD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이 귀벌레증후군을 경험하는 빈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으며, 이는 ADHD의 주요 증상을 치료함으로써 뇌의 자극 처리 방식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노래를 흥얼거렸던 일이 실은 귀벌레증후군이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귀벌레증후군에 의해 집중하기 힘든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어쩌면 다양한 해결 방법을 통해 반복되는 멜로디가 멈출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전혜윰 기자 Ι hyeyum768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