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괴물 산불', 원인은 기후변화?
지난달 14일, 경상북도 청도에서 실화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5개 시·군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극심한 고온건조가 이어지며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생했다. 이는 국내 산불 최대 규모로, 역대 가장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지난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2명의 인명 피해 △7,659곳의 시설 피해 △34 곳의 국가유산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과 맞먹는 면적이 불길에 휩싸인 가운데, 주요 불길은 진화됐지만 재발 우려가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 산불은 왜 최대 규모로 번졌을까. 대형 산불의 원인에 대해 강원대학교 채희문(산림환경보호학전공) 교수는 기후변화로 겨울이 짧아지고 봄철이 앞당겨지면서, 건조한 기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산불 발생 빈도는 유사하지만, 발생 시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 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기후적 요인 외에도 두터운 낙엽층 등 복합적인 환경 요인이 불길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삶의 터전이 사라진 주민들
이번 산불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지역 생태계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북 영덕에서는 주택 1,500여 채가 불에 탔고 3,500여 명의 이재민이 △마을회관 △교육원 △호텔 등 임시 주거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2월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 원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역 회복에는 최소 30년, 토양 복구까지는 10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피해 또한 막대하다. 주택과 상업시설이 파괴되고 기업 활동이 마비되면서 지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의 재정 부담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피해 복구와 지원에 막대한 비용이 들면서 세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대형 산불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환경관리학전공)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 교수는 “최근 한국 경제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형 재해까지 겹치며 추경 논의에 무게가 실리는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사전에 체계적인 예방·대응책을 마련해 반복되는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불 이후, 대응 체계 점검이 필요해…
△산림청 △소방당국 △국방부가 헬기와 인력을 총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섰고, 현장에서는 소방대원과 군 장병들이 밤낮없이 불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긴급 생계비 300만 원을 지급하고 영구주택 제공 및 공공주택 연계 방안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지난 8일 기준 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은 천억 원으로 역대 최다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대응체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 실시간 경보 시스템 미비 △지방 중심 피해로 인한 낮은 사회적 관심 △부실한 현장 급식 등 여러 사후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 이다. 특히 산불 진화 과정에서 헬기와 전문 인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지상 접근에 한계가 있는 산불에는 헬기가 유일한 진화 수단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화재 진압 장비가 분산돼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경남소방본부의 한 소방관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헬기가 닿지 않는 산불 현장은 직접 사람이 들어가 불길을 끌 수밖에 없는데 인력이 많지 않아 체력 소모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월 미국의 대형 산불 사례에서는 △임시 거주지 마련 △복구 비용 지원 △자원봉사 연계 등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에 비해 한국은 초기 대응 속도와 지원 체계 면에서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유정 수습기자 20251014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