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진後] 버스터미널에서 시작되는 귀향의 온기
  • 박지영
  • 등록 2025-04-14 17:52:47
기사수정


기자의 본가는 충북 제천이다. 본교에서 본가 제천까지는 왕복 네 시간이 걸릴 만큼 거리가 꽤 멀어 현재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평소 집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지만 본가에서의 통학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기숙사 생활을 선택했다. 평일에는 본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금요일 저녁이 되면 따뜻하고 편안한 본가로 향하기 위해 익숙한 시외버스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실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본가가 그리운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평일 동안 지내야 할 집이 기숙사임을 알고 있어도, 문득문득 기자도 모르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전자레인지에 편의점 도시락을 데울 때 △집 욕실에선 본 적 없던 핑크 곰팡이를 발견했을 때 △갑자기 아픈데 챙겨줄 사람이 없을 때.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익숙한 집 냄새가 그리워진다. 집이 단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아무 말 없이 돌아가도 편하게 품어주는 곳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그럴수록, 기자는 따듯하고 포근한 본가로 향하는 금요일이 더욱 기다려진다. 


 그래서인지 기자에게 이러한 금요일 저녁 귀향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이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기자에게 지난 한 주를 되돌아보고,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거나,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깥 공기를 마시며 본가로 향하는 이 시간은 오히려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인지 익숙하지만 멀리 떨어진 집으로 향하는 이 시간이 단 한 번도 아깝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겐 긴 거리, 귀찮은 이동일 수 있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가방을 메고 버스터미널에 들어설 때면 오히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멀리서도 익숙한 풍경을 떠올리게 되고,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다 보면 묵직했던 생각들도 자연스레 정돈된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서 피로한 몸보다 혼자였을 때 느꼈던 무거운 마음 이 스르륵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매주 금요일 밤, 기자가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곳에는 이번 한 주를 버텨낸 나를 따듯하게 안아주는 집이 있고, 그 길 위에는 나를 위로해 주는 고요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박지영 수습기자 Ι jiyoung06@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