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담긴 시간
밥을 먹은 후에, 또는 누군가를 만날 때 우리는 카페로 가곤 한다. 너나 할 거 없이 최근 카페는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일상 속 녹아있는 카페는 일제강점기 당시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해방 이후 미군의 영향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커피숍은 1970~80년대 본격적인 서구화가 이뤄지면서 카페로 탈바꿈해 서울 상업 중심지 위주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에 들어서자 ‘스타벅스(Starbucks)’와 같은 해외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상륙하기 시작했다. 이후 ‘카페베네(CAFFEBENE)’ 등 국내 카페 브랜드의 탄생 및 확산으로 카페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카페들은 저마다의 경쟁력을 갖추려 했다. 이에 자연스레 시선을 끌 이색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이색 카페는 2000년대에 들어서 생긴 ‘동물 카페’, 특히 고양이 카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표한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전시업의 영업장은 지난 2018년 394개에서 2020년 664개로 증가하며 꾸준히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알파카, 미어캣 등 희귀 동물까지 만날 수 있어 그 한계가 무궁무진하다. 이런 동물 카페에 인기를 위협하듯 2002년 ‘보드게임 카페’가 등장했다. 보드게임 카페는 당시 한정적인 놀이 문화로 인해 인기를 끌었고,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금까지 이런 카페는 없었다
최근 이색 카페는 MZ세대 사이에 새롭게 자리 잡은 ‘경험 소비’ 트렌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소비의 결과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소비를 통한 경험과 추억을 결과물로 여기는 것이다. 이색 카페는 이러한 MZ세대를 겨냥해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또한 SNS의 확산에 따라 ‘카페 투어’와 같은 문화가 형성되면서 이색 카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색 카페는 그림을 그리거나 동물과 교감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캔버스에 도안을 따라서 또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카페’, 열쇠고리나 반지를 만드는 등 다양한 공방을 접목한 ‘공방형 카페’는 음료와 체험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최근 SNS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사주, 수족관 등을 더한 이색 카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사주 카페’는 최근 타로 등의 점괘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두 들어 Burn it up
기자 역시 평소 카페에 자주 간다. 본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찾는 카페지만, 홀로 즐기는 카페에서의 시간에 특별함을 더해보고자 이색 카페에 방문해 봤다. 수원 신풍동에 위치한 카페 ‘행궁치올라’는 인두로 나무를 태워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는 공예 ‘우드버닝’을 체험할 수 있는 이색 카페다. 입구부터 한옥 형식으로 된 가게에 들어서자 나무와 어우러진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카운터 앞에는 작은 열쇠고리부터 도마까지 공예에 사용되는 다양한 크기의 나무가 진열돼 있었다. 그중에서 기자는 열쇠고리를 골랐다. 원하는 음료를 주문한 후 고심해 고른 나무와 연필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어떤 그림과 문구를 새길까, 긴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나무 위에 밑그림을 그렸다. 한쪽 면에는 ‘다 돼라 부적, 할 수 있다 능(能)’을, 다른 한쪽에는 소파에 누워있는 쿼카를 그렸다. 밑그림을 마쳤으니 이제 인두로 나무를 태울 시간이었다. 한 번 태우면 돌이킬 수 없기에 인두를 쥔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나무를 태워 갔다. 처음 해보는 우드버닝이기에 실수도 있었다. 분명 쿼카였던 그림이 어느새 선글라스를 낀 고양이가 돼버려 기자를 웃음 짓게 했다. 독할 줄 알았던 나무 타는 냄새는 오히려 기자에게 묘한 편안함을 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항상 음료만을 즐기며 평범한 일과에 불과했던 카페 방문이 이러한 작은 체험을 통해 특별해졌다.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공부하던 카페, 이제는 색다름을 더해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롭게 경험해 보자. 작고 소소한 경험일지라도 일상에 특별함 한 스푼을 더해 줄 것이다.
글·사진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