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화]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
  • 김선혜 기자
  • 등록 2025-04-01 09:30:42
기사수정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지금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혹은 시간이 부족해서 멈추길 바랐을 수도 있다. 특히, 본인의 생일 때 시간이 멈춘다면 어떨까? <해피 데스데이>에서는 ‘생일’이라는 가장 기쁜 날이 영원히 반복된다. 하지만 주인공 ‘트리’에게 이 반복되는 하루는 고통일 뿐이다. 대학생 트리는 생일날 처음 보는 사람인 ‘카터’의 기숙사에서 깨어난다. 술에 취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뒤로 하고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간 트리는 룸메이트 ‘로리’에게 생일 축하 컵케이크를 받지만, 이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이후 교수이자 대학병원의 의사인 ‘그레고리’를 만나 불장난을 하려던 트리는 그의 부인이 찾아오는 바람에 기숙사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기숙사에서 파티에 오라는 ‘다니엘’의 말을 듣고 파티장으로 향하는 트리, 하지만 그녀는 가는 길에 ‘해피 버스데이’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을 발견한다. 그때, 대학 마스코트의 가면을 쓴 사람이 트리의 앞에 등장한다. 영화는 트리가 그 인물에게 살해당하며 막을 내린다. 아니, 영화는 끝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You wanna live to see tomorrow, right?

(살아서 내일을 보고 싶은 거지그렇지?)”

『해피 데스데이』 中

 

 영화는 우리에게 하루가 반복되면 어떨지 계속해서 묻는다. 이미 겪어본 하루의 끝에 자신이 무조건 죽는다는 것을 알면, 과연 우리는 이 루프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트리는 루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번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트리에게 무서운 건 죽음이 아닌 ‘오늘’이다. 트리는 오늘을 반복하며 성장한다. △부모님을 다시 마주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면서 그녀는 내면의 진정한 성장을 이룬다. 하지만 ‘내일’은 오지 않는다. 영화는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모든 것이 소용없다고 말한다. 결국 영화 속 트리는 자신을 계속해서 죽이는 범인을 잡아내고 처음과 달리 성장한 모습을 모두에게 보인다. 이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얻지 못했을 것들이다.

 

 결국 삶은 시간이 쌓이는 것과 같다. 기자는 이 사실을 몰라 항상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이곳, 신문사에 있을 때면 더욱 그랬다. 기사를 쓰기에 시간이 부족해 차라리 오늘이 반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기자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편집국장이라는 자리까지 앉게 됐다. 스스로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만약 <해피 데스데이>의 트리처럼 하루가 반복되는 채로 살아갔다면 지금의 기자가 됐을지 의문이 든다. 기자처럼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자. 어쩌면 의미 없던 시간은 전부 지금의 당신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