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금값 폭등, 원인은 무엇일까
작년 8월 21일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치솟으며 이전 거래일 대비 1.82% 상승한 수치로 단기간에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전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금값은 왜 갑자기 오른 것일까? 본지는 금값 상승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본교 최명식(경제학전공) 교수 및 최성호(교양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명식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무역 전쟁이 심화되고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자 별도의 이자나 배당금이 붙지 않는 금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성호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가 인하됐다”며 “이에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자 ‘최후의 안전수단’이라 불리는 금의 가치가 커진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헤지(hedge) 수단으로서 금 투자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중앙은행 역시 안전자산 확보를 위해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추세다.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 또한 확산되면서 여러 국가가 외환보유고 내 금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금테크부터 경제 불안까지, 금값 무시할 수 없어
치솟는 금값에 ‘금테크1)’ 열풍이 불고 있다. 직접 사금을 채취하거나 ‘콩알금2)’을 모으는 투자가 유행하는가 하면, 투자 목적으로 금을 매입하면서 골드바 품귀 현상까지 발생했다. 결국 지난달 11일, 한국금거래소에 이어 한국조폐공사는 골드바 판매와 은행들에 금 공급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금 매입으로 재정적 여유를 확보하고 경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금 채굴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여 투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설비 확충과 고용 창출을 촉진하면서 경제 활성화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반면 금값 폭등으로 금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산업들의 부담은 커졌다. △전자제품 △반도체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 증가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을 주요 부품으로 사용하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생산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성호 교수는 금값 상승에 대해 “문제는 금값 폭등 그 자체보다, 그 배경에 있는 인플레이션이나 경제적 불확실성”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금리 인하가 어려워져 고위험의 첨단 기술·성장 부문에 투자가 부진해지면, 이는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 상승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미래는?
경제 불안 속에서 미국 S&P500 지수는 지난달 19일 전고점 이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장에 진입했다. 이는 경제 전반의 유동성을 축소시켜 소비와 투자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최명식 교수는 △금융시장의 불안 △기업 투자 위축 △소비의 감소 등을 예로 들며 금값 상승이 단순한 금융 현상을 넘어 글로벌 경제와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금을 노린 절도 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1월 부산에서는 20대 절도범이 금목걸이를 훔쳐 달아났다가 검거된 바 있으며, 경남 창원의 한 금은방에서 40대 절도범이 2,7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최성호 교수는 “절도 범죄 외에도 불법 금 채굴이나 금융사기가 증가하며 빈부격차 또한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면 금값도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당분간 금값을 자극하는 위기 또는불안 요인에 대비해야 한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유정 수습기자 | 20251014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