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뭐길래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은 공동으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며 사용자정의를 확대하고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새 개정안은 전과 비교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온라인기반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강화됐다.
그렇다면 왜 ‘노란봉투법’이 됐을까? 2009년, 외환위기를 맞이한 쌍용자동차는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총인원의 36%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반발하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찰까지 투입될 정도의 강렬한 저항 끝에 노사합의서 조인식을 개최해 77일간의 파업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를 본 한 시민은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담긴 성금을 노란 봉투에 넣어 보냈다. 이는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져 15억 원에 달하는 돈이 모금됐다.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점을 착안해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보호되지 못했었기에, 노동권을 위해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인 ‘노동 3권’의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작년 8월 직장갑질119에서 ‘노조법 2·3조에 대한 동의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00명 중 84.3%가 노란봉투법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시민단체 ‘손잡고’의 박래군 대표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대 노조에 소속될 수 있으나,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활동마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하청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합리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2년 6월부터 51일간 파업을 벌였다. 0.3평의 철장에 스스로를 가두고 옥쇄 투쟁을 한 노동자의 절규에 비로소 조선소의 참혹한 노동현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1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기업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심지어 국제노동기구(ILO)도 한국 정부에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경영계는 부담만 쌓여
하지만 개정안이 노동자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수단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기존에는 근로계약으로 맺어진 사업주만 사용자로 봤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이것이 노동쟁의의 대상자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지위에 있는 자들을 모두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규정됐다. 하지만 계약자나 주요 기업에서는 경영 부담 증가와 더불어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갈등까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있다.
더불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 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 중 ‘쟁의행위의 대상 확대’ 때문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노동쟁의는 노사 간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갈등으로 발생한 분쟁 상태를 뜻한다. 반면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이미 형성된 근로조건에 대한 반발을 뜻하는 권리 분쟁까지 확대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렇게 되면 단체교섭이 끝난 이후에도 쟁의행위가 가능하다. 이는 사용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세 번째로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노사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개정안 내용은 결국 논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의 노동자들은 법의 보호가 절실하다. 이제는 정치권의 싸움으로 번진 법안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