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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끝이라 믿었던 순간 다시 날아올라
  • 박지영 수습기자
  • 등록 2025-04-01 08: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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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 든다.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으며,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날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윤하의 <오르트구름>이 귓가에 속삭이듯 다가오곤 한다. 가수 윤하는 폭넓은 장르 소화력과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2004년 일본에서 데뷔한 뒤, 2006년 한국에서 첫 정규 앨범 《고백하기 좋은 날》을 발표하며 국내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비밀번호 486>, <오늘 헤어졌어요>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발표한 곡들은 이전처럼 큰 대중적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후 약 4년간 공백기를 유지한 끝에 지난 2021년 11월 정규 6집《END THEORY》 를 발표하며 복귀했다. ‘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주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를 풀어낸 이 앨범은 윤하가 전곡 작사에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는 삶의 끝과 시작의 이야기를 앨범에 담았다. 해당 앨범의 수록곡인 <오르트구름>은 ‘끝과 시작’이라는 앨범의 메시지를 가장 뚜렷하게 담아낸 곡이다. 곡 제목이기도 한 ‘오르트구름’은 태양계 가장자리를 떠도는 미지의 입자들로 이루어진 우주 현상이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태양계를 떠돌고 있는 이 영역은 언젠가 혜성이 돼 태양계 중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윤하는 이 과학적 개념에 자신의 감정을 담았다. 지금은 어둠 속을 헤매더라도, 결국 빛날 수 있다는 믿음을 우주 저편에서 떠도는 오르트구름에 빗대어 노래했다. 가사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한다


“무모하대도 믿어 난 

나의 여정을 믿어 난”

 『오르트구름』 中  


 살다 보면 누구나 오르트구름의 가사와 같은 순간을 만난다. 빛은커녕 방향조차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곡은 시간이 흘러 누구나 자신만의 궤도를 따라 빛나는 별이 될 거라고 속삭인다. 


 기자도 <오르트구름>의 가사처럼 어둠 속을 걷던 순간이 있었다. 작년,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는 가장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수많은 모의고사와 끝에 다가올 결과가 불안해 스스로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또한 주변의 속도와 자신을 비교하며 탓했고, 이에 점점 마음이 지쳐갔다. 그럴 때면 기자는 이 노래를 조용히 재생하곤 했다.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불안한 밤, 스스로 믿는 일이 어려운 순간이 있다면 <오르트구름>을 들어보길 권한다. 끝 너머에도 또 다른 길이 있다는 메시지는 잠시 멈춰 있던 걸음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자신의 여정을 믿는다는 한 줄의 가사는 지친 마음을 다시 세울 작은 힘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박지영 수습기자 Ι jiyoung0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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