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실효성 논란에 법안 발의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지난 4일 사전투표제의 폐지와 본투표기간을 기존 하루에서 사흘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주말을 포함해 본투표 기간을 확대함으로써 유권자의 투표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해당 개정안에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하는 대신 이전에 시행됐던 부재자 투표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선거일에 투표소로 갈 수 없는 유권자들이 사전 신고를 통해 투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여러 제도적인 결함과 함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관리부실까지 더해졌다”며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사전투표제는 투표 이후 후보자가 사퇴하는 경우 대량의 사표가 발생해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작년 7월 국민의힘 김민전 비례대표 의원은 “현재 선거 절차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투표함 운반에 따른 불미스러운 사고나 의혹도 존재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전투표제,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본래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재자 투표제의 폐지와 함께 등장했다. 부재자 투표제는 정식 투표일에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거주지에서 투표가 불가능한 경우 다른 대안적 방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신청 대상의 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됐고, 우편투표인 만큼 비밀선거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더불어 투표율이 낮다는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2014년 6월 제6회 전국동시기방선거에서 최초로 사전투표제가 시행됐다. 사전투표제는 부재자 투표제와 달리 사전 신고가 필요 없으며 더 많은 투표소에서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이 차이다.
그러나 사전투표제는 여러 문제를 겪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22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거운동기간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달 17일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서 “사전투표 시 짧은 기간의 선거운동으로 후보자를 판단해야 한다”며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사전투표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공정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사전투표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선관위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질문에는 47.1%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러한 선관위의 의심은 사전투표 부정선거 의혹에서 시작됐다. 서울·인천·경기지역 사전투표 평균 득표율이 모두 ‘63% 대 36%’로 같았다는 것이 이에 근거였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도 선관위의 부정선거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폐지는 신중해야···
일각에서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하면 투표의 접근성이 저하된다고 주장한다. 사전투표는 선거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대안인 만큼 폐지 시 피해받는 건 이동이 어려운 유권자들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사전투표는 도입 이후 전체 투표율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였기에 폐지 이후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총투표율은 총선을 기준으로 △18대 총선 46.1% △20대 총선 58.0% △21대 총선 66.2% △22대 총선 67.0%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투표를 더 번거롭게 하는 후퇴 법안”이라며 “특히 공부·생계 등을 이유로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청년의 투표 문턱이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본투표 기간을 사흘로 늘리는 대안이 투표율을 극적으로 상승시키기 어렵다고 말한다. 명지대학교 신율(정치외교학전공)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투표를 분산시키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투표율이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사전투표 폐지법이 발의된 시점, 사전투표의 필요성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전투표제는 도입 이후 총투표율에 크게 기여한 만큼 폐지를 고려하는 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