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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터] 익명 커뮤니티에서 피어나는 정치 사랑
  • 김선혜 편집국장
  • 등록 2025-03-17 15: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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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HOT 게시판’은 항상 말 그대로 불타오른다. 작년에 이뤄진 본교 2025학년도 총학생회 선거는 국내 정치의 축소판과도 같았다. 특히 작년 9월 23일 본교 정이사 선임이 확정되며 각 단과대학은 의견이 분열된 채 입장문 게시를 반복했다. 이는 매번 익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총학생회 선거 당시, 어느 순간부터 한 선거운동본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담아 글을 작성하면 ‘에타팀’이라는 댓글이 돌아오기도 했다.

 

 현재 오는 19일(수)부터 21일(금)까지 후보자 검증 정책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이는 작년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됨으로써 선거시행세칙 제39조에 따라 개강 후 30일 이내 보궐선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궐선거 정책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잡음이 가득하다. 새롭게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위)의 일부 위원들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익명 커뮤니티 내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입장문을 게시했다. 작년과 다를 바 없이 익명 커뮤니티는 또 달아올랐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익명 커뮤니티는 교내 정치 게시판이 됐는가? 분명 본교 익명 커뮤니티가 싸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다. 그런데 왜 ‘익명’이라는 벽 뒤에 숨어 서로를 ‘에타팀’이라 고부르는 이들이 많아졌을까. 그들끼리만 아는 교내 정치 이야기는 피로감을 줄 뿐이다.

 

 3월, 지금은 모든 게 새로울 신입생들이 질문하기 위해 익명 커뮤니티를 애용하는 계절이다. 기자도 익명 커뮤니티의 존재만으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근데 만약 신입생으로서 처음 보는 ‘HOT 게시판’이 입장문으로 채워져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참.

 

 정책토론회와 선거에서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선거의 ‘후보자’다. 익명으로 허공에 주먹질하며 논점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오는 24일(월)부터 이뤄질 투표에나 더 집중하라고 말이다. 그리도 정치가 좋다면 기본 중의 기본인 투표부터 실천하길 바란다.

 

김선혜 편집국장 | sunhy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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