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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회가 만든 내향인으로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 정예은 기자
  • 등록 2025-03-17 14: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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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화 중 빠질 수 없는 주제는 성격 유형 검사인 MBTI이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에너지의 방향 △정보수집 △판단과 결정 △이해양식에 따라 16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 지표인 외향형(E)과 내향형(I)는 에너지의 방향을 외부로 두는지 내부로 두는지의 차이로 극명하게 갈린다. 물론 좋고 나쁨, 선과 악으로 둘을 나눌 수는 없지만 사회생활을 기준으로 볼 때, 외향형이 내향형보다 우대받는 현실은 당연하다. 사람을 사귀는 데 스스럼없고 붙임성 좋은 사람을 싫어할 상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SNS와 같이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개인이 브랜드가 된 현실에서 자기 PR은 큰 무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테스트모아’가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MBTI 순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1위부터 4위까지 전부 내향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태생적 성향 또한 반영되지만 현대 사회가 자신을 내향형으로만 치부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성공만을 강요하는 시대 속, 한국은 특히 더 심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회의 높은 위치나 경제적으로 부유함을 성공한 삶이라고 칭하며 교육과 취업에 열과 성을 다한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지적 능력 △집중력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 등을 자질로 삼으며 사회적 상호작용보다 혼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가치 있다고 여긴다. 이 외에도 SNS나 메신저가 더욱 친숙해진 요즘은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었다. 과도하게 발전된 사회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의 기회까지 빼앗았다. 식당에만 가도 직원보다 키오스크나 테이블링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이를 더욱 체감하게 한다. 이런 사회는 삶에서의 대화 자체를 단절시키고 있다.

 

 기자도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사람을 만나며 힘을 얻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기가 빨린다’라는 말을 달고 살 정도로 혼자만의 시간을 더욱 찾게 된다. 고등학교 진학 시절 한국 입시를 경험하며 완벽한 내향인의 삶이 시작됐다. 공부 그 외에 시간 투자하는 것을 사치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 맞춰 △학교 △학원 △집만을 오가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자 팀플과 같이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강요하며 활발한 사람만이 옳다고 평가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무한한 경쟁과 대화의 기회까지 빼앗으며 내향인으로 몰아넣어 놓고 무엇이든 열정적이기를 바라는 현대 사회는 모순됐다.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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