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자는
경기대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문편집국에서 보도팀장 겸 문화팀 정기자로 활동 중인 인문대학 일어일문전공 24학번 이한슬입니다. 기자는 어렸을 때부터 극강의 내향형, ‘집순이’였습니다. 집 밖을 나가는 것보다는 집안에서 홀로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을 즐겼죠.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그 성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다채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퍼즐 △종이접기 △뜨개질 등 전자기기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여러 활동이 기자의 집순이 생활을 풍족하게 만듭니다.
그중에서도 공예는 무엇이든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존재입니다. 십자수와 스킬자수 등 다양한 공예를 통해 홀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상의 작은 도피처였습니다. 고요히 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손을 움직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됐죠. 다양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머리가 비워지는 그 순간이 기자를 숨 쉬게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보석 십자수’는 초등학생 시절 기자의 마음에 안착해 지금까지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보석들을 다양한 디자인의 도안에 붙이다 보면 금세 머리가 비워지며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티끌 모아 작품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릅니다. 안타깝게도 기자는 공예를 좋아하지만 손재주가 좋지 않은, 속히 말해 ‘똥손’입니다. 그런 기자에게 보석 십자수의 세계는 단순하면서도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도록 도와줬습니다. 보석 십자수는 다이소, 문구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도안이 정말 다양합니다. △명화 △아이돌 얼굴 △캐릭터까지 마음에 드는 도안이 가득해 이를 고르기도 일입니다.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랐다면 마지막 준비만이 남았습니다. 기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는다면 정말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보석 십자수 패키지 열어보면 그 안에 다양한 물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안에 맞는 여러 빛깔의 보석들 △끈끈한 접착제가 묻은 도안 △보석을 도안에 붙이도록 돕는 막대와 접착제 △보석을 담을 수 있는 트레이가 일반적인 구성입니다. 도안에 붙어있는 필름을 조금씩 벗겨내 표시된 번호에 맞는 보석을 순차적으로 붙여 채우는 것이 보석 십자수의 전부입니다. 기자의 경우 큰 도안이 아니라면 같은 번호의 보석을 한 번에 붙이는 성향입니다. 무언가 하나를 끝냈다는 성취감을 딛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반짝이는 작품이 완성됩니다. 금손이 된 것만 같은 훌륭한 결과물에 뿌듯함이 몰려옵니다. 기자는 주로 완성작을 액자에 담아 방을 장식하곤 합니다. 책장에 액자를 채워갈 때마다 유치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찮아도 좋은 내 삶의 숨구멍
언젠가 기자는 취미를 두고 ‘쓸데없는 짓 하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보석 십자수는 생산성 없고 시간 낭비인 존재일 겁니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기자에게 취미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일상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는 탈출구입니다. 정신없이 바삐 살아가며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잊은 삶보다는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자신만의 행복을 아는 삶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곧 소박한 취미의 쓸모니까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오로지 자신과 취미만 남는 그 순간이 없다면 너무 팍팍한 삶이 아닐까요. 티끌같이 작은 보석들이 모여 기자의 행복을 그려나가는 보석 십자수처럼 말이죠. 작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기자의 숨구멍입니다. 순간을 집중하게 만드는 보석 십자수, 그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소박한 행복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릅니다.
글·사진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