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는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열다섯 살, 가족들과 떠난 휴가지에서 라비는 우연히 한 소녀를 보게 된다. 그는 소녀의 사소한 요소들을 관찰하며 낭만적 사랑에 눈을 뜬다. 라비는 짧고 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 이후 여러 번 달콤한 만남과 쓰린 이별을 반복한다. 그런 라비에게 또다시 사랑이 찾아온다. 스코틀랜드의 도시 설계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그는 공사 현장에서 커스틴을 만나 강한 끌림을 느낀다. 이후 관심과 욕망의 불꽃이 튄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는 아직 러브스토리의 도입부일 뿐이었다. 연인관계를 청산하고 결혼한 라비와 커스틴 부부의 시작은 불협화음투성이였다. 작고 사소한 취향 차이부터 일상 깊숙이 배어있는 습관까지. 미성숙한 낭만으로 결혼한 두 사람은 가끔 서로가 증오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으며 사랑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라비는 매력적인 여성 알리스를 만나 낭만과 열정을 깨달은 열다섯 살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그녀와의 외도는 그를 가슴 떨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죄책감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라비는 외도를 청산하고 커스틴과의 결혼 생활에 집중하려 노력하나 둘의 관계는 계속해서 삐걱거린다. 이 관계를 견딜 수 없던 두 사람은 상담을 통해 성숙한 사랑을 키워나가기로 한다. 결국 둘은 결혼한 지 16년이 지나서야 결혼할 준비가 됐다고 느끼며 계속해서 러브스토리를 이어간다.
“자기, 꼭 두 살짜리 어린애처럼 굴고 있어.
난 자기 편이야, 알지? 적어도 뭐가 문제인지는 얘기를 해야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中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흔히 생각하는 러브스토리의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를 통해 진짜 ‘러브스토리’를 말한다. 본 책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 시리즈’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사랑이라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통해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낭만과 환상으로 가득 찬 로맨스는 분명 달콤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현실을 넘겨짚는 것은 독이 될지 모른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현실과 함께 성숙한 사랑을 강조한다.
기자는 오랫동안 사랑에 대해 호기심을 품어왔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끝으로 책을 덮으면 그 후에 어떤 일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만으로 사랑이 궁금했다. 그렇게 미성숙한 낭만으로 첫 연애를 시작했고 당연하게도 끝이 좋지 않았다. 사랑은 단순히 감정의 교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성급히 인연을 맺는다면 그 끝은 누군가의 상처로 끝날 뿐이다. 상대를 신경 쓸 수 없을 만큼 바쁘거나, 생활 방식이 다를 때 등 연애에는 다양한 현실이 존재한다. 연애 이후도 마찬가지다. 라비처럼 현실에 등 돌린 채 사랑하길 택하기보단 현실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성숙한 낭만을 찾는 건 어떨까. 현실이 항상 쓰린 추억만을 남기진 않으니 말이다.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