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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사회] 살기 위해 죽음을, 죽기 위해 삶을
  • 이한슬 기자
  • 등록 2025-03-17 14: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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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지난달 28일,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이 개봉했다. 이에 본지는 제75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초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키 17>을 관람하고 기자들 간의 견해를 공유해 봤다.



●평점


선혜: 3/5 뻔한 스토리, 실종된 메시지


혜윰: 4.5/5 오랜만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


세은: 3/5 알 수 없어서 답답한 영화


한슬: 4.5/5 너무나도 봉준호스럽다


●한 줄 평


선혜: 당신은 하나다 


혜윰: 내 삶의 주체는 나니까 


세은: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건? 


한슬: 미키에게 바칩니다, ‘너는 나 나는 너’ 



Q. 영화는 복제인간에 대해 다루었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 복제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됐는가? 


선혜: 과거 복제인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또 다른 나는 존재할 수 있을까? 그건 결국 남이 아닌가? 의문만 남았죠. 실제로 영화 속에서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 17과 18은 전혀 다른 인물로 묘사돼요. 하지만 결국 미키 18은 17의 찌질한 부분이라고 욕했던 자기희생을 했죠. 달라 보여도 나는 나니까 복제인간 역시 또 다른 나이자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미키들처럼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면 복제인간은 내 최고의 이해자가 아닐까 싶어요. 


혜윰: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인간 복제는 사회 혼란을 초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을 그저 모조품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영화를 통해 복제인간도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미키 17의 과거 회상에서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알게 되며 우리와 똑같이 감정을 갖춘 인간이라 느꼈습니다. 복제인간은 인간을 대신해 좋은 선물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그들 역시 사람,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은: 과거에는 복제인간 자체를 나쁜 것이라 생각했어요. 범죄나 사기처럼 안 좋은 곳에 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또한 나와 똑같은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영화를 본 후 미키를 통해 복제인간도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다고 느꼈어요. 미키의 삶은 안타까웠지만 복제인간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줬어요. 


한슬: 저 역시 평소 복제인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반려동물 복제에 대한 기사를 봤을 때 복제된 반려동물은 이전과 모든 게 똑같아도 결국 내가 알던 반려동물이 아니라고 늘 생각했죠. 영화를 본 후 인간의 추악한 욕망에 이용된 복제인간을 보며 다른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느꼈어요. 인간의 욕심으로 이용당할 바에는 탄생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이에요. 그들이 생명인 것은 맞지만 인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Q. 영화에는 계속해서 소스가 등장한다. 이 소스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선혜: 영화 속 소스는 자료나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거 같아요. 음식에 가미하는 ‘소스(Sauce)’와 사물의 근원을 의미하는 ‘소스(Source)’는 발음이 같잖아요. 일파(토니 콜렛 분)가 계속해서 소스에 대해 말하는 모습이 사람의 가치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미키와 카이(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 분)가 그런 소스를 거부한 것은 사람의 가치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혜윰: 소스는 여러 재료를 섞은 거예요. 식량이 부족한 우주선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사치품이죠. 이에 소스가 계급을 상징한다고 느꼈어요. 마샬(마크 러팔로)과 일파가 소스에 집착하는 모습이 계급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미로 다가왔죠. 후반부 일파가 미키에게 바닥에 떨어진 소스를 먹어보라는 장면에서 “왜? 귀해져서 못 먹겠어?”라고 말할 때 더욱 크게 느껴졌어요. 


세은: 저는 복제인간을 위한 소스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후반부 마샬을 복제인간으로 되살리려는 장면에서도 소스가 등장하는 걸 보며 느꼈죠.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소스는 대부분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이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일파와 마샬 역시 어쩌면 복제인간일 수도 있었겠다는 표현이 나오며 소스에 집착한 이유가 이해되는 듯했습니다. 


한슬: 저도 혜윰 씨와 같은 생각이에요. 소스가 과거 귀족들의 설탕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우주선 내 사치스러운 소스에 집착하는 모습이 마치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듯했어요. 겉치레에 집착한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인 크리퍼의 꼬리를 잘라 소스를 만드는 모습이 자신의 밑 계급을 착취해 고통과 희생으로 이뤄진 설탕을 즐기는 귀족 같다고 생각했어요. 


Q. 주인공 미키는 살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만약 내가 미키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선혜: 미키의 삶은 극한이었어요. 그럼에도 그가 살고 싶었던 이유는 자신의 탓에 죽은 어머니의 목숨을 지고 살아가려는 목표 때문 같아요. 그래서 미키 17이 죽을 위기에 처할 때마다 “벌을 받는 거야”라는 표현을 쓴 거죠. 그러나 미키 18이 네 탓이 아니라고 답하는데, 이때 미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생각해요. 이에 현실을 극복한 동시에 삶을 포기한 거죠. 저 역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 전까진 미키처럼 기꺼이 살기 위해 죽을 거 같아요. 


혜윰: 미키의 삶은 살기 위해 죽고, 죽기 위해 사는 삶이에요. 정말 말이 안 되는 문장이죠. 물론 저였어도 미키처럼 행동했을 거예요. 하지만 계속해서 이용당해 죽음에도 순종적인 미키처럼은 될 수 없어요. 그는 내면에 있는 죄책감을 살아감으로써 씻어나갔고 그렇기에 순종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반복되는 실험과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을 거예요. 


세은: 저는 미키처럼 죽음에 익숙해질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매번 다른 죽음으로 다른 공포를 느꼈을 테니까요. 살기 위해 죽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고통이 매번 같다면 예상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매번 새로운 죽음을 맞이하니 너무 힘들 거 같아요. 저라면 가능한 만큼 최대한 선택을 미루다 마지막 순간 살기 위해 죽음을, 복제인간이 되기를 택할 거예요.


한슬: 저라면 미키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거예요. 전 미키의 트라우마가 복제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기억이 되살아나며 생겼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복제인간이 되기를 택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트라우마죠. 제가 사채업자에게 협박당했다면 최대한 도망가려고는 했겠지만 그 방법이 복제인간, 소모품으로서의 삶뿐이라면 빠르게 떠났을 거 같아요. 물론 지구가 아니라 삶으로부터요. 미키와는 다른 의미로 살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거죠. 


Q. 사랑하는 사람이 익스펜더블(복제인간)이 되기를 택했다면 말린다 vs 말리지 않는다 


선혜: 익스펜더블이 되길 택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잖아요. 분명 혼란스럽고 우울하겠지만 그게 본인의 선택이라면, 죽음으로라도 살아가고 싶다면 이해하려 노력할 것 같아요. 사람이 변하진 않을 테니까요. 복제인간이라도 결국 제가 사랑한 사람이에요. 


혜윰: 저라면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말릴 것 같아요. 상대의 고통을 보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니까요. 또한 그 사람은 계속 살아가지만 전 아니니까 심적으로 힘들 거 같아요. 저도 죽음을 가볍게 여기게 되진 않을까 싶기도 해요. 죽음이 두렵기에 목표를 지니고 살아가는 건데 말이에요. 저 자신이 무너질 것 같네요. 


세은: 저도 혜윰 씨와 같은 의견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복제인간이라면 그 사람을 볼 자신이 없어요. 주인공의 여자 친구 나샤(나오미 애키 분)가 미키와 함께 그 상황을 보낸 게 대단할 따름이죠. 전 남이 아픈 걸 보는 게 더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말리고 싶요. 


한슬: 전 선혜 씨 의견과 같아요. 처음에는 말릴 거예요. 미키처럼 상황이 힘들어 충동적으로 결정한 사항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걸 따져보고 생각했을 때 익스펜더블이 최선이라면 말리지 않고 곁에 남을 거예요. 직접 택한 삶이라도 무척 고된 삶일 테니까요. 


Q. 영화는 국내외 상관없이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색이 짙은 해당 영화에 대한 소감은? 


선혜: 개그 코드를 통해 장면의 심각성이 부각됐어요. 크리퍼들이 주인공 미키를 살려주는 장면에서 자신이 아직 맛있다고 어필하는 미키의 모습이 웃겼지만 미래가 걱정됐죠. 하지만 감독의 색이 짙었기 때문에 뻔한 영화였다고 느껴졌어요. 개그 코드 또한 난해하고요. 성적 코드가 너무 강조되는 느낌을 받기도 해 전반적으로 불호였습니다.


혜윰: 영화에 등장하는 성적 묘사가 해외에서는 긴장을 풀어주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어요. 개그와 긴장감을 동시에 주며 감독이 어떻게 국내외 시장을 잡았는지 알 거 같았어요. 또한 평소 숨겨진 의미를 추측하거나 되새기게 하는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이번 영화도 호에 가까워요. 감독이 색을 드러내며 질문을 던지는 게 창의력을 열어준다 생각하거든요.


세은: 저는 혜윰 씨와 다르게 봉준호 감독의 색이 잘 보여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불호예요. 숨겨진 의미를 추측하는 걸 선호하지 않거든요. 저는 영화를 보며 답을 알고 싶은 거지 추리하고 싶진 않아요. 결국 미궁으로 빠지니까요. 또한 개그 코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부분도 없었어요. 영화의 몰입감을 올려주는 감독의 색인 건 알겠지만 제겐 안 맞네요.


한슬: 평소 감독의 개그 코드가 난해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느꼈어요. 재밌었지만 뭐가 재밌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네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감독의 색이 정말 잘 느껴졌어요. 감독의 시그니처인 삑사리나 숨어서 목격하는 장면 같은 게 보이니까 반갑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답을 찾는 과정마저 좋아하는 제게 이번 영화는 확신의 호였습니다.


김선혜 기자 Ι sunhye@kyonggi.ac.kr

전혜윰 기자 Ι hyeyum7680@kyonggi.ac.kr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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