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도, 아래로도 통제합니다
정부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소비자 혹은 생산자에게 공평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가격 통제를 도입한다. 이러한 가격 통제는 재화나 서비스를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낮거나 높은 수준에서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정책으로, 가격 상한제(Price Floor)와 가격 하한제(Price Ceiling)로 나뉜다.
가격 상한제는 시장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그보다 낮은 가격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정책이다. 예시로는 △분양가 상한제 △최고 이자율 제도 △임대료 통제 등이 있다. 가격 하한제는 시장 가격의 하한선을 설정해 법정 최저치보다 높은 가격에서 거래하도록 제한한다. 노동자의 생계를 위해 최소한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인 ‘최저 임금’이 가격 하한제의 대표적인 예시다.
가격 통제는 각 제도에 따라 상·하한선이 시장 가격보다 낮거나 높을 경우 실효성이 없어진다. 이에 가격 상한제는 시장 평균 가격보다 상한선을 높게 책정하고, 가격 하한제는 낮게 책정한다.
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해
가격 통제는 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평가가 확연히 갈린다. 가격 통제를 찬성하는 측은 상황에 따라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로 시장이 균형 상태로 조절되는 속도가 늦어 비효율이 발생하거나, 시장에 하나의 독점 기업이 존재하는 경우 가격 통제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들은 재난, 전쟁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격 통제가 단기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뉴욕시는 1920년 임대료 파업과 1차 세계 대전 이후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 임대료 통제 법률을 실시한 바 있다. 뉴욕시는 집주인이 연간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함으로써 저소득층 개인과 가족이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찬성 측은 가격 통제의 근간이 저소득층을 돕는 것에 있다고 본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해소를 통해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소득분배에 기여한다고 전했다. 또한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시장은 스스로 굴러간다
반면 가격 통제를 반대하는 측은 정부의 개입 없이 자발적인 거래를 통한 자유시장경제에서의 자유로운 △거래 △소비 △생산 △투자 등이 경제 발전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가격
통제가 단기적으론 수요와 공급이 알맞게 증가해 시장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초과 수요와 초과 공급을 발생시킨다고 본다. 예로 18세기 후반 프랑스는 혁명과 분쟁이 지속되며 물가가 폭등했다. 이에 △곡물 △밀가루 △고기 등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이후 생필품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이익을 낼 수 없던 상공인들이 물품의 생산 및 판매를 중지하며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임대료 통제와 최저임금제 역시 단점이 존재한다. 임대료 통제의 경우 장기적으로 통제할 시 낮아진 임대료에 의해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 새로운 임대 주택을 짓지 않고 기존 임대 주택을 질 낮게 관리함에 따라 세입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의 경우 안정된 소득의 영향으로 노동의 공급량이 많아진다. 이는 수요량을 초과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근로자들과 실업자들 사이에 소득 격차가 발생한다. 이에 △기업의 자발적인 표준 설정 △기업 세금 감면 △소비자에게 경제 교육 제공 등 가격 통제를 대신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적절히 개입해 시장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을 뒤흔드는 가격 통제는 우리의 일상 속 자연스레 녹아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물품의 가격이 사실 가격 통제하에 책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가격 통제를 이해하고 시장의 흐름을 느껴보자. 어쩌면 효율적인 소비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