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던 입시라는 어두운 터널을 건너면 막연한 자유가 주어진다. 갓 성인이 된 본인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허송세월만 보낸다며 자책하고 있진 않은가. 혹은 이미 그런 생각으로 스무 살을 지내진 않았는가. 기자 또한 갓 스무살이 된 당시 처음 맛본 달콤한 휴식에만 빠져있는 스스로가 어리석다는 생각에 괴롭기도 했다. 레드벨벳 예리의 솔로곡 <스물에게>는 그러한 스무 살의 모두에게 쉬어가도 된다며 위로를 건네준다.
지난 2019년 발매된 <스물에게>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막내로 이름을 알린 예리의 첫 솔로곡이자 자작곡이다. 한 방송에 출연한 예리는 “스물이 되면 어떤 게 가장 달라질 것 같냐”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되며 해당 노래를 준비하게 됐음을 밝혔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했던 스물이 자신에겐 특별한 존재가 됐다고.
“꾸며지지 않아도 돼 불안하지 않아도 돼 /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고
언제나 곁에 그렇게 있을 거라고 / 오늘도 난 나의 스물에게 속삭이고 있어”
『스물에게』 中
기타 소리와 예리의 차분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이 곡은 아름다운 가사로 유명하다. 귀를 간지럽히는 피아노 선율은 풍부함을 더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스물이라는 나이에 대한 설렘과 불안을 담담히 녹여내 모두가 가지는 힘듦에 괜찮다며 다독여 준다. 특히 ‘언제나 오늘 너에게 귀 기울인다고 오늘도 난 나의 스물에게 속삭이고 있어’라며 모든 게 처음인 스물을 잘 견뎌온 자신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뮤직비디오 또한 예리가 스무 살의 본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형태로 제작돼 예리만의 감성을 엿볼 수 있다.
필연적으로 지날 수밖에 없는 그때가 있어 현재가 존재할 수 있기에 스물은 누구에게나 예쁘고도 한편으로는 힘들었던 시기일 것이다. 틀에 박힌 채로 앞만 보고 달린 학창시절이 지난 후 시간표부터 단순 식사 메뉴까지 모든 걸 홀로 정해야 하는 자유는 오히려 버겁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런 무수한 선택이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발판이 돼 주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작용할 것이다.
막 성인인 스무 살엔 미성년자 때보다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며 마주하는 세상이 확장된다. 낯선 것들 사이 오로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안개 낀 불안과 함께 말이다. 동시에 누구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과도기를 겪게 된다. 어른이라는 두 글자에 많은 것을 바꿔야 할 것 같고 변해야 한다며 자신을 다그치고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를 채우기도 한다. 예쁜 나이인 스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 주는 건 어떨까.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모두의 스물이 그저 평안하고 안정적이길. 자신만의 족쇄에 자신을 가두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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